박찬욱의 ‘아가씨’, 칸 수상 불발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

입력 2016-05-23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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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칸 영화제 수상이 불발됐다.

‘아가씨’는 ‘올드보이’로 57회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박쥐’를 통해 62회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찬욱의 세 번째 수상 가능성으로 기대를 높였던 작품이다. 하지만 끝내 수상이 불발되면서 박찬욱 감독은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럼에도 ‘아가씨’는 칸 영화제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었다. 4년 만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영화인 ‘아가씨’는 칸 영화제 기간 내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프랑스 유수의 매체에서도 ‘아가씨’에 대한 호평을 전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력 영화 비평지 포지티브의 편집위원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 평론가인 위베르 니오그레(Hubert Niogret)는 ‘아가씨’를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중에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고 평했으며 프랑스의 르 몽드는 “2시간 25분 동안의 먹음직스러운 정찬”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문화전문지 트르와 쿨뤠르(TROIS COULEURS )는 “연속되는 반전과 구조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모든 면에서 즐거운 스릴러”, 프랑스의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LE JOURNAL DU DIMANCHE)는 “기발하고 매혹적인 영화”라고 ‘아가씨’에 대한 호평을 남겼다.

영미권 언론과 영화제 관계자의 호평도 많았다. 영국의 중앙 일간지인 가디언은 “커다란 유희가 있는 스릴러 영화(a hugely entertaining thriller)”, 미국의 대표적인 연예 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는 “아시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요소들이 한데 뭉쳐졌다(All the best things about Asian cinema, rolled into one)”, 미국 영화 비평지 버라이어티는 “영리하고 자신만만하면서도, 감각적인 면에서 차고 넘칠 정도로 풍성한 영화(Clever, heady and sensually lavish to a fault)”라고 전했다.

또한 ‘아가씨’를 관람한 카메론 베일리 토론토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너무나도 인상적인 영화였다. 아직도 내 마음속 울림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며 말했다. 엘레나 폴라끼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다. 아름답게 담긴 영상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아가씨’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아가씨’를 관람한 폴란드 구텍필름(Gutek Film) 관계자는 “환상적인 걸작이다. 모든 장면에서 만족을 느꼈고, 더 깊은 의미가 숨겨진 작품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 독일 배급사 코흐미디어(Koch Media) 관계자는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순수한 영화적인 즐거움을 가득 담은 작품, 꼭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미장센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홍콩 배급사 EDKO Film 관계자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워낙 높고, 제작 과정의 세밀함도 엿보인다. 특히 김태리의 연기는 획기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가씨’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놀라우므로 외국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영화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평했다.

이가운데 ‘아가씨’는 올해 6월 24일 대만 개봉을 확정하고, 10월 5일 프랑스 개봉 역시 확정해 그 저력을 보여줬다. 호주, 러시아, 홍콩, 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의 배급사 역시 6~8월에 걸쳐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9~10월께 아마존 스튜디오를 통해 개봉이 확실시된다. 칸 영화제에서의 호평을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돌 채비를 갖춘 셈이다.

앞서 ‘아가씨’는 칸 국제영화제 마켓에서 전 세계 176개국에 판매되며 종전 ‘설국열차’가 가지고 있던 167개국 판매 기록을 넘어 한국영화 역대 최다 국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칸 국제영화제 이전 120개국 선판매에 더해 56개국 추가 판매가 이뤄졌다. 특히, 유럽 국가 바이어들의 열기가 뜨거워 유럽 모든 국가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아가씨’는 이미 지난해 11월 아메리칸 필름 마켓(American Film Market), 올해 2월 유로피안 필름 마켓(European Film Market), 올해 3월 홍콩 필름 마트(Hong Kong Film Mart) 등을 통해 120개 국가와 선판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편,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첫선을 보인 ‘아가씨’는 오는 6월 1일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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