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맛있는 전쟁’

입력 2016-06-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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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이끄는 중요 콘텐츠로…

22일 저녁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의 중식당 웨이루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미슐랭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홍콩 ‘얀토힌’의 수석셰프인 라우 이유 파이(사진)가 방한해 광둥요리를 선보이는 갈라디너가 펼쳐졌다. 홍콩에서도 예약 없이 맛보기 힘들다는 얀토힌의 요리를 즐기기 위해 20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성황을 이루었다.

국내 특급호텔에서 최근 빈번히 열리고, 또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이벤트라면 단연 해외 유명 셰프 초청의 갈라디너이다. 미슐랭 스타를 받았거나 오랜 역사를 지닌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한국을 직접 찾아와 비장의 레시피를 선보이는 행사가 자주 열리고 있다.

롯데호텔의 경우 지난해 미슐랭 3스타의 거장 피에르 가니에르를 포함해 중국의 황제요리 만한전석 우승자, 오사카 최고 레스토랑 타이안 셰프, 딤섬의 명소 팀호완 셰프, 중국 사천요리 명장 등 무려 13회에 걸쳐 셰프 초청 갈라디너를 진행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이다. 롯데호텔은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7차례나 갈라디너를 열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셰프 초청비용과 많아야 50명 안팎의 참석인원을 따지면 갈라디너 자체는 크게 수익이 남는 행사는 아니다”며 “하지만 해외여행을 통해 높아진 고객의 입맛과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기획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조리부터 서비스까지 레스토랑의 종합적인 수준도 향상돼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인다이닝을 중심으로 한 미식산업은 이제 단순한 식도락을 넘어 관광객을 이끄는 중요한 콘텐츠다. 관광의 트렌드가 단체 패키지에서 개별자유관광(FIT)으로 넘어가고 최근에는 특정한 테마의 여행을 선호하는 특별관심여행(SIT)으로 진화하면서 미식은 여행의 주류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미식산업을 관광의 전략적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곳은 홍콩이다. 꽤 오래전부터 식도락은 쇼핑과 함께 홍콩 관광의 주요 매력 중 하나였다. 미슐랭 가이드 2016년판에 따르면 홍콩은 그 맛을 보기 위해 따로 일정을 잡아 여행을 가고 싶은 수준에만 부여한다는 3스타 레스토랑 6개를 포함해 2스타 14개, 1스타 41개 등 총 61개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슐랭 추천식당에는 뉴욕에 이어 홍콩의 거리음식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인프라에 더해 홍콩의 미식산업은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받고 있다. 홍콩 관광청은 매년 10월 말 대규모 미식축제인 ‘와인 앤 다이닝 페스티벌’을 열어 전 세계 미식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호텔 레스토랑 중심으로 해외 진출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22일 얀토힌 갈라디너도 소속 호텔인 인터콘티넨탈 홍콩이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마련했다.

앉아서 오는 손님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해외 마케팅의 중요성은 한국도 절감하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행사에는 한국에서 강민구 유현수 임정식 장진모 최현석 등 최근 성가를 높이고 있는 5명의 셰프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뉴욕 정식당에서 11일 전통 한식을 테마로 한 창작 타파스 요리와 전통주 페어링을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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