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오페라연극 ‘맥베스’, 클래식 팬들도 만족할 겁니다”

입력 2016-06-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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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연극의 장점을 결합한 독특한 장르인 오페라연극이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다. 베르디의 오페라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융합한 맥베스가 그 주인공이다. 맥베스로 분한 바리톤 권한준. 사진제공|창크리에이티브

■ 오페라연극 ‘맥베스’ 주연·음악감독 권한준


프로듀서 노주현·연출 이주아 참여
완성도 높인 음악과 연극 앙상블
베르디의 오페라 곡 온전히 살려


바리톤 권한준. 나이 49세. 서울대 음대를 나와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독일 카셀 시립음악아카데미서 수학. 독일 뤼벡시립오페라합창단 상임단원 역임. 현재 현대성악악상블 단원. 그리고 맥베스 주연.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보이는 클래식 정통 성악가의 이력이다. 그런데 실은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사건’이라 해도 좋다. 요즘 권한준이 주연과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아 개막을 앞두고 있는 작품, 맥베스. 이탈리아 작곡가 쥬세페 베르디의 오페라로 알려진 그 맥베스가 아니다. 이번에 권한준이 출연하는 맥베스는 ‘오페라연극’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그러니까 베르디의 맥베스도 아니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도 아닌 ‘제3의 맥베스’라는 얘기이다. 실은 이 두 맥베스가 모두 녹아 있다. 그래서 오페라연극이다.


● 오페라 원곡 그대로, “음악가로서 최소한의 자존감”

권한준에 따르면 오페라연극은 극에 충실하되 음악적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피땀 어린 고민과 연구 끝에 탄생한 장르다.

“오페라는 음악이 중심이다. 뮤지컬은 춤과 음악, 연기가 모두 들어가 있지만 오페라만큼 클래시컬하지는 않다. 연극에 음악이 들어올 경우 음악이 보조적인 수단이 되어버리고 만다.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도 베르디의 음악을 온전히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오페라연극 맥베스에는 주인공이 ‘더블’로 출연한다. A배우와 B배우가 한 배역에 캐스팅되어 번갈아 출연하는 더블 캐스팅이 아니다. A와 B가 동시에 출연한다. 그러니까 오페라연극 맥베스에는 두 명의 맥베스가 등장한다. 한 명은 아리아와 합창 등 노래를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연기를 맡는다.

“맥베스에는 7명의 성악가가 캐스팅됐다. 이 중 한 공연에 4명이 출연한다. 성악가들도 연기를 한다. 거울 같은 것이 있어서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다든지, 저 멀리 뒤쪽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는다든지(웃음).”

음악감독으로서 권한준이 성악가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한 부분은 “클래식 팬들이 와서 봐도 만족할 정도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일 것”이었다. 오페라연극 맥베스에는 베르디의 오페라 곡 중 12곡이 사용된다. ‘물러가라 유령아!’, ‘끔찍한 당신, 혹시 무슨 소리를’, ‘집, 명예, 사랑’ 등 귀에 익은 아리아 및 합창곡들이다. 성악가들은 이 곡들을 작곡가가 쓴 악보대로 부른다. 음 높이도 오페라 그대로다. 원작의 음악적 기승전결도 고스란히 살렸다. 권한준은 “음악하는 사람들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이라고 했다.

2008년 독일에서 귀국한 권한준은 우연히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기회를 만났다. 권한준 표현에 따르면 “연극판에 들어와 연극인들이 어떻게 무대를 만들어 가는지 경험한 자리”였다.

창작 뮤지컬에도 출연했다.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의 곱추’에서 장발장과 프롤로 주교를 연기했다. 그러던 중 클래식 음악과 연극의 융합을 놓고 고민하던 프로듀서 노주현, 연출가 이주아와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오페라연극이다. 권한준이 출연한 오페라연극 ‘겨울나그네’는 수원문화재단의 유망예술가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공연하는 맥베스는 2014년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에서 초연됐다. 그 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재연 무대인 이번 공연에서는 2014년 초연 출연진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오페라의 ‘오’자도 모르는 분들도 걱정 말고 오세요. 원작의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오페라연극 맥베스는 음악과 연기가 어우러져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많이들 보러 와 주세요.”

7월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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