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완치 없는 도박중독…치유부터 재발 방지까지 ‘끝까지 간다’

입력 2016-06-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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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치유의 최전선에서 도박중독과 끝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 박애란 센터장(아래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도박은 완치가 없는 만성질병”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포츠동아DB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가다

12회 걸쳐 개별·집단상담 후 종결평가
3개월 단위로 추후관리하며 재발 방지
“올바른 방법으로 도박 빚 상환” 각인도


서울 영등포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남부센터를 찾았을 때 3개의 상담실은 문이 닫혀 있었다. 상담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였다. 상담은 비공개. 외부인은 볼 수 없다. 센터는 그들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우연히 빈 상담실을 봤다. 크지 않은 공간. 테이블과 3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병원의 진료실을 연상시켰다. 도박으로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이 센터를 찾는다. 도박관련 문제점을 숨기고 숨기다 해결하기에는 때가 늦은 상태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연락해오는 사람이 많다. 더 많은 사람들은 가족의 손에 끌려온다.

감기도 증상이 각각 다르듯 도박중독도 증상은 다르다

도박중독의 상담과정은 이렇다. 센터를 찾는 내담자들은 우선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해야 한다. 서비스이용의 정규절차다. 이후 평가과정에서 다양한 심리검사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박동기 ▲도박욕구 ▲도박상황 ▲변화동기 ▲우울 ▲도박인지 ▲단도박자기효능감 ▲음주행동에 대하여 알아본다.

이런 상담과정을 통해 치유를 위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계획을 세운다. 이후 내담자는 상담사와 정해진 시간에 만나 면담을 계속한다. 상담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람마다 다르다. 우선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상담에 이어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집단상담도 받는다.

기초과정이 끝나면 심화과정이 기다린다. 여기에서 일상생활에서 찾아오는 도박의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를 배운다. 이들이 상담센터에 오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도박은 안 할 수 있다. 빚 때문에 도박을 한다. 한 번만 제대로 하면 만회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도박에 빠진 자신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아직 모른다는 방증이다. 상담센터는 오랜 면담을 통해 모든 원인은 결국 자기에게 귀결되고 해결책도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12회의 정규상담이 끝났어도 어느 한 순간 재발이 가능한 것이 도박중독이다

박애란 센터장은 “도박중독도 당뇨나 고혈압과 같다. 관리는 가능해도 결코 완치는 없는 만성질병”이라고 강조했다. 12회 정규상담이 끝나면 종결의 평가지가 기다리고 있다. ▲회복평가 ▲치료경험 ▲치료효과를 비롯해 처음 면담 때 했던 심리검사를 다시 한다.

12번에 걸쳐 이뤄지는 정규면담을 통해 도박에 다시 빠지는 확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완치는 없다. 상담사들이 3,6,12개월 단위로 내담자들에게 연락을 하며 추후관리를 하는 이유다. “중독질환은 진행성이라는 특징이 있는 병이다. 더구나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또 다시 도박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재발이 잦다”고 박 센터장은 설명했다.

가족들도 면담에 동참한다. 많은 중독자들은 가족이 자신으로 인해 마음 고생하는 것을 줄여주겠다며 센터를 찾는 중독자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을 얽어매는 빚 해결을 가장 먼저 요구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도 치료적으로 올바른 방식으로 돈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하여 센터의 재정 서비스에서는 ▲도박 빚의 이해 ▲채권추심 대응 ▲재정문제 대처사례 이해 ▲자신에게 맞는 부채해결의 방법 ▲개인별 상환계획 수립 등을 도와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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