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키우자니, 대회 질이 떨어지고…

입력 2016-07-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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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대륙선수권 본선진출국 24개로 확대…어떻게 봐야하나

동남아국가 기회 증가=성장 동력
주목도 상승으로 마케팅 탄력 기대
수준 하락에 따른 흥미 반감 과제

24개국이 출전한 2016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가 한창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회는 2008년에 기존 16개국으로 본선을 치르던 대회 방식을 24개국으로 확대해 이번 대회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본선 출전국 확대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나오고 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과 손잡고 특별대회인 코파 아메리카 센테리나오를 올해 개최했다. 남미 10개국과 북중미 6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 대회를 열어 흥행 측면에서도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축구연맹(AFC) 또한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24개국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12개국이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나머지 12개국을 선발하는 과정에 돌입했다. AFC도 대륙선수권대회의 규모를 확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회의 확대와 관심도 높이기

UEFA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로2016에서 본선 출전국을 확대한 이유와 비슷하다. UEFA는 2008 년 대회 확대를 결정하면서 “유럽 내 랭킹에서 중위권에 있는 나라들에 본선 진출의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유로에 대한 관심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FC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아시안컵 본선 출전국을 늘리면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기회의 문이 좀더 열린다. 동남아의 축구 열기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 못지않다. 합법적인 스포츠베팅 시장의 규모도 엄청나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AFC는 동남아 국가들이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면 종전보다 더 주목받는 대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TV 중계권 판매, 관중 동원, 스폰서 유치 등 마케팅 활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FC는 이런 환경을 조성해 수입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대회 규모 전체를 확대할 방침이다. AFC는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까지 참가국뿐 아니라 우승국에도 금전적 보상을 해주지 못했다.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선 출전국 확대로 마케팅이 활성화되면 대회 상금도 책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경기의 질과 대회 수준 하락 위험성

24개국으로 본선을 확대해 치른 유로2016에서 경기의 질 자체는 떨어진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본선 출전국을 확대하다보니 경기력 측면에서 미흡한 팀들이 출전해 강호들을 상대로 지나치게 수비적인 축구를 펼쳐 골이 많이 터지지 않는 등 흥미가 반감됐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아시아의 축구 수준도 크게 엇갈린다. 중동과 동아시아 등 몇몇 국가들의 전력은 매우 강한 편에 속한다. 1980년대 이후 아시아축구를 중동과 동아시아가 양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밖의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 가운데선 강호들과 제대로 맞붙을 수 있는 나라들이 많지 않다. 이 국가들이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면 일방적 경기가 펼쳐지는 등 경기 자체의 질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변의 희생양들이 나와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대회 수준이 저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UEFA는 본선 출전국 확대 등 대회 규모를 키우기 위한 결정을 8년 전에 내리고 다양한 준비를 했지만, ‘대회의 수준’에 대해선 비난을 면치 못했다. AFC는 대회 규모 확대를 2014년 4월 집행위원회에서 결정했다. UEFA보다 준비기간이 충분치 않았다. 그럼에도 2019 UAE 아시안컵에서 흥행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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