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헬로비전 합병 불허…케이블업계 각자도생?

입력 2016-07-0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공정위 심사보고서 공개 ‘파장’

SKT·헬로비전 미래 전략 차질
시장 재편 기회 ‘물거품’ 우려도
의견수렴기간 문제점 소명 집중


7개월간의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결국 ‘불허’로 결론 났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4일 SK텔레콤 등에 보낸 심사보고서에는 경쟁 제한성을 근거로 인수합병을 불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건부 승인’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깨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취득 행위’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행위’ 모두 ‘안 된다’는 통보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을 포함한 케이블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SK텔레콤의 경우 차세대 플랫폼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위축된 시장에서 새로운 해법을 기대하던 케이블업계도 시장재편 기회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 SKT·헬로비전 “최악의 심사”

공정위는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권역 중 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를 합산해 점유율이 50%가 넘는 곳은 15곳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이러한 판단에 대해 곧바로 유감을 표시했다. CJ헬로비전은 “인수조차 불허한 이번 결과는 케이블 업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 결과다”라며 “공정위의 ‘늑장 심사 끝 불허’로 인해 CJ헬로비전은 미래성장성이 모두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려던 계획이 좌절됐다”며 “심사보고서를 면밀히 검토 중이며, 여러 가지 후속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정위 사무처의 심사보고서로 합병법인 출범이 완전히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공정위의 전체회의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판단이 아직 남아있다. 업계 일각에선 행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SK텔레콤 등은 우선 공정위의 의견수렴 기간에 심사보고서의 문제점을 소명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케이블업계 후폭풍 거셀 듯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공정위 사무처의 불허 판단은 유료방송 시장에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은 당장 미래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IPTV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서서히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는 케이블 산업의 구조조정에 미칠 영향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향후 매물로 나올 케이블 업체들의 일괄매각 또는 IPTV사업을 영위하는 통신사업자와의 결합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선 홀로 경쟁력을 높여야 하지만 방송통신융합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는 해결 불가능한 난제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PTV사업자보다 중소 케이블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이다”며 “이번 불허로 자구적인 구조개편과 경쟁력 확보가 요원해졌다”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