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스캔들, 선수 개인 탓” 롯데의 책임 떠넘기기

입력 2016-07-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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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롯데 아두치. 스포츠동아DB

롯데 “아두치 약물 개인의 일탈” 해명
KBO 징계 곧바로 수용…모순적 행태
선수 뿐 아니라 구단 처벌 강화 필요


KBO는 롯데 짐 아두치 징계를 통해 다시 한 번 약물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드러냈다. 36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아두치는 퇴출당했다. 소속팀 롯데는 선수관리 소홀로 10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그나마 아두치가 복용한 약물이 스테로이드 계열이 아니라 마약 성분이 담긴 진통제라서 처벌 수위가 절반으로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약물 사태 이후 롯데의 대처가 아무리 깔끔했더라도, 아두치의 처신이 미담의 연속이더라도, 얼룩 자체가 가려질 순 없다. 롯데는 ‘외국인선수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명을 했음에도 KBO가 내린 팀에 대한 징계는 바로 수용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여줬다. 롯데가 목적한 바는 팀 약물관리 체계의 투명성이나 아두치의 징계 최소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건 이후 롯데 관계자 중 주의조치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불량식품을 팔았지만 그런 제품을 공급한 회사의 이미지만 어떻게든 지키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비(非)윤리적 행위를 정서적으로 풀려 한 롯데

미국에서는 2007년 12월 조지 미첼 전 민주당 상원의원 주도로 메이저리그 선수 약물 투여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선수 89명이 약물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줬다. 이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당대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인 제이슨 지암비(당시 뉴욕 양키스)와 배리 본즈(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스테로이드 복용을 폭로했다. 두 선수는 미 연방 대배심 증언까지 했고, 이후 미 의회의 압박을 받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약물 테스트를 강화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선수는 ‘약물 복용이 적발됐을 때의 손해보다 복용 후 경기력 향상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약물에 손을 댄다. 걸리지만 않으면 약을 안 먹는 선수만 바보가 된다. 약물이 선수 개인의 몸을 망가뜨리는 차원을 넘어 윤리적 차원의 범죄로서 해악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롯데는 사건 이후 집요하게 윤리적 일탈을 반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스테로이드가 아니었다’, ‘몰라서 그랬다’는 식의 정서적 동정을 구하는 방편을 택했다. KBO 상벌위원회에 제출하는 해명서를 바깥에 공개한 것부터 그렇다. 이에 관해 롯데는 “아두치가 원해서 해줬다”고 해명했다.

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약물과의 끝없는 연장전을 끝내는 길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뿐이다. KBO가 지금처럼 선수 개인에게만 거의 모든 책임을 묻는다면 롯데처럼 대처하는 팀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지금처럼 도핑 테스트 횟수를 늘리고, 금지약물 범위를 넓히고, 출장정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팀에 대한 처벌도 검토할 수 있다. 사실 구단은 벌금 정도로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가령 약물선수가 적발된 팀은 ‘신인드래프트 자격을 박탈해 버리겠다’는 수준의 불이익을 줘야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무엇보다 약물에 대해서 처벌은 시효가 있을지라도 정서적으로는 시효를 두지 않는 대중적 여론의 공감대도 절실하다. 그 어떤 미화를 하려 해도 롯데에서 금지약물 복용 선수가 나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구단이라면 ‘또 그런 선수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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