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의 부지런함이 써낸 ‘여름 반전극’

입력 2016-07-19 13: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허경민(26).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두산 허경민(26)은 부지런한 타자다. 홈과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나와 허공에 스윙을 돌리는 선수가 바로 허경민이다.

보통 선수들이 경기 직전 덕아웃에 나타나는 시간은 플레이볼 30분 전. 그러나 허경민은 그보다 한참 일찍 유니폼을 갖춰 입고 막대기 하나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10여분 동안 빈 스윙을 돌리며 자세를 고쳐 잡곤 한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경기 속에 들어간 듯 날카롭게 스윙 끝부분을 향한다.

그만의 특별한 ‘일상’에 궁금증이 생겨 질문을 던지자 허경민은 “미리 나와서 한번이라도 더 스윙을 돌려보는 것이 경기에 들어가기 전 리듬 맞추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을 푸는 나만의 방식이다. 막대기가 가벼워보여도 실제 배트보다 무겁다”고 덧붙였다.

30분, 1시간이 아닌 단 10분의 연습이지만 부지런한 성격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은 게 사실. 허경민은 “사실 내가 먼저 시작한 건 아니고 (민)병헌이 형을 보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따라하게 됐다”면서 “사실 나는 나 자신을 옥죄면서 힘들게 하는 면이 있다”며 그만의 스타일을 전했다.

그가 말한 스타일은 부지런함과 예민함이다. 그는 “흔히 루틴이라고 하는 습관을 지켜야 야구가 된다. 지키긴 어려워도 몸이 힘든 게 낫다. 그리고 경기에 들어가선 예민하게 바뀐다. 평소에는 잘 웃지만 막상 경기에선 웃지도 않고 말도 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격 덕분일까. 허경민은 4월 부진을 씻고 여름 들어 반전을 이뤄냈다. 4월 24경기에서 타율 0.219로 힘을 내지 못했지만, 5월 0.319로 상승세를 탄 뒤 6월 0.333과 7월 0.389로 고감도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힘도 붙어 한 경기 홈런 2방(12일 마산 NC전)을 터뜨리는 등 매년 한 개에 그치던 최다홈런수를 3개로 경신하기도 했다.

어느덧 간판 3루수로 성장한 허경민. 전반기 팀의 모든 경기(83게임)에 나와 핫코너를 지킨 그는 올 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후반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