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26).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보통 선수들이 경기 직전 덕아웃에 나타나는 시간은 플레이볼 30분 전. 그러나 허경민은 그보다 한참 일찍 유니폼을 갖춰 입고 막대기 하나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10여분 동안 빈 스윙을 돌리며 자세를 고쳐 잡곤 한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경기 속에 들어간 듯 날카롭게 스윙 끝부분을 향한다.
그만의 특별한 ‘일상’에 궁금증이 생겨 질문을 던지자 허경민은 “미리 나와서 한번이라도 더 스윙을 돌려보는 것이 경기에 들어가기 전 리듬 맞추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을 푸는 나만의 방식이다. 막대기가 가벼워보여도 실제 배트보다 무겁다”고 덧붙였다.
30분, 1시간이 아닌 단 10분의 연습이지만 부지런한 성격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은 게 사실. 허경민은 “사실 내가 먼저 시작한 건 아니고 (민)병헌이 형을 보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따라하게 됐다”면서 “사실 나는 나 자신을 옥죄면서 힘들게 하는 면이 있다”며 그만의 스타일을 전했다.
그가 말한 스타일은 부지런함과 예민함이다. 그는 “흔히 루틴이라고 하는 습관을 지켜야 야구가 된다. 지키긴 어려워도 몸이 힘든 게 낫다. 그리고 경기에 들어가선 예민하게 바뀐다. 평소에는 잘 웃지만 막상 경기에선 웃지도 않고 말도 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격 덕분일까. 허경민은 4월 부진을 씻고 여름 들어 반전을 이뤄냈다. 4월 24경기에서 타율 0.219로 힘을 내지 못했지만, 5월 0.319로 상승세를 탄 뒤 6월 0.333과 7월 0.389로 고감도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힘도 붙어 한 경기 홈런 2방(12일 마산 NC전)을 터뜨리는 등 매년 한 개에 그치던 최다홈런수를 3개로 경신하기도 했다.
어느덧 간판 3루수로 성장한 허경민. 전반기 팀의 모든 경기(83게임)에 나와 핫코너를 지킨 그는 올 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후반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