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사진제공|레드피터
연일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부산행’이 극의 완성도와 인기를 스스로 반감시키고 있다. 변칙 개봉에 이어 영화의 성과를 알리는 마케팅마저도 ‘반칙’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향후 다른 영화들에까지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영화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레드피터)은 20일 개봉해 24일까지 닷새간 474만9047명(영화진흥위원회)을 모았다. 하지만 ‘부산행’ 투자배급사 NEW는 이처럼 정확한 숫자를 소개하는 대신 “개봉 닷새 만에 500만 돌파”라는 내용을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NEW의 이 같은 집계가 가능한 이유는 ‘부산행’이 개봉 전 진행한 대규모 유료 시사회로 모은 56만명을 전체 누적관객수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만 개봉 이후 닷새간 500만명을 동원하지 못했지만, NEW는 개봉 전 확보한 56만명을 누적관객수에 더해 이 사실만 강조하고 있다.
마케팅 전략은 보통 영화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산행’의 선택은 사실상 ‘왜곡’에 가깝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기록을 알리는 과정에서 정확한 숫자는 감춰지고 있다. 실제로 개봉 첫날인 20일 관객이 87만2232명인데도 ‘부산행’은 “첫날 100만 돌파”라고 소개했다. 역시 유료 시사회 관객을 포함한 집계다. 제대로 따진다면 ‘부산행’은 개봉 엿새 만인 25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과 같은 속도다.
물론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은 영화가 사전 시사회로 동원한 관객수까지 누적관객에 포함해 집계한다. ‘부산행’ 역시 이를 따르고, 그렇게 나오는 기록을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알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산행’은 개봉을 한 주 앞둔 주말 3일 동안 전국 주요 극장에서 시사회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같은 기간 미리 개봉을 확정한 다른 영화들이 입은 피해도 상당했다. ‘변칙 개봉’ 논란이 시작된 배경이다.
영화계에서는 현재 이뤄지는 ‘부산행’의 마케팅 역시 “예정된 순서”라고 보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유료 시사회로 어느 정도의 관객 동원을 예상한 ‘부산행’이 최단 및 최고 기록으로 마케팅 이슈까지 독점하려는 시도”라며 “흥행 성과와 무관하게 부정적인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