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청아 “자신감 없는 편, ‘운빨’ 통해 날 사랑하게 됐다”

입력 2016-07-26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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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인터뷰] 이청아 “자신감 없는 편, ‘운빨’ 통해 날 사랑하게 됐어요”

“예뻐요”라는 칭찬에 “어우~ 아니야”라고 질색하며 반응한다면 대게는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쑥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땡큐!”라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배우 이청아(32)가 전자라면 그가 연기했던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 한설희는 칭찬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여자다.

“제가 당당해 보인다고요? 한설희 역할을 끝낸 지 얼마 안 돼서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실제의 저는 자신감이 없는 편이에요. 스스로에게 굉장히 신중하고 객관적이죠. 또 의심이 많은 편이라서 사기 당한 적도 없고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뭘 받는 것도 싫어해요. 스스로에게 가하는 이런 질책들이 제 자존감을 떨어트리죠. 슬퍼지려고 할 때마다 굉장히 지양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청아는 자신과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한설희를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한설희를 연기하면서는 저를 사랑하고 칭찬해줄 수밖에 없었어요. 설희는 스스로를 믿는 아이기 때문에 원래 제 성격대로 연기하면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캐릭터를 설정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칭찬을 예쁘게 받아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저는 살면서 칭찬을 부정만 했고요. 물론 한설희는 지나치게 다른 사람 기분을 신경 쓰지 않죠. (웃음) 하지만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친구였고 제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역할을 소화하려면 저 스스로에게 후해져야 했죠.”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마음 같아서는 새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집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이청아는 작품에 들어가면 생활환경 자체를 변화해 인물에 몰입한다. 한설희로 분한 이후에는 집에서도 하이힐을 신고 살았을 정도다. 하지만 여건상 그는 주로 캐릭터 성격에 맞는 노래 목록을 만들어 듣는 편이고, 이청아의 선곡은 언제나 완벽했다. ‘운빨로맨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며 “설희에 해당하는 곡 선정은 다 틀렸더라.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배역별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요. ‘운빨 로맨스’를 시작하기 전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설희에게 맞는 노래를 골랐었죠. 하지만 처음으로 제 선곡이 NG였어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전작인 OCN ‘뱀파이어 탐정’ 때는 제가 골라놓은 곡이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었죠. 제가 계산했던 한설희의 깊이, 감정이 달랐던 거예요. 짝사랑의 감정도 슬프게만 봤는데 오히려 설희는 쾌활했죠. 촬영하면서 가수 에릭남의 ‘굿 포 유’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 이유예요.(웃음)”

쿨한 여자 한설희처럼 질투, 집착과는 거리가 먼 이청아는 “살면서 사랑에 매달려 본 경험이 없어 후회된다. 더 많이 매달려 보고 질척거려도 볼 걸 그랬어요”라고 짝사랑 경험을 이야기했다.

“저와 한설희가 닮은 부분은 상대방 감정에 피해를 안 주려 한다는 거예요. 감정을 삭이든가 오히려 설희처럼 금방 수긍하죠. 저는 질투가 나면 왜 질투가 나는지 이유를 찾으려고 하거든요. (웃음) 상처받지 않으려고 또 질투심을 드러내는 게 치사하고 멋지지 않다고 생각하나봐요. 설희와 제가 닮은 건 멋없어 보이는 걸 싫어하는 거죠. 하지만 살면서 더 치열했으면 바뀔 수 있었던 것들이 분명히 있었고 요새는 나쁜 건 빨리 접고 좋은 거에는 치열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구, 인간관계에 있어 적극적이려고 해요.”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대화를 나눌수록 이청아가 감성 못지않게 이성적이기도 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나는 이성적이더라”며 “그래서 이성의 극치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재치 있게 소망을 나타냈다.

“전문직 역할을 맡은 적이 없어요. 하고 싶습니다. 주로 저는 작품에서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아왔었거든요. (웃음) 배우라는 직업은 제게 선물이에요. 특히나 저 같이 규칙을 정해놓고 사는 성격엔 너무나 필요한 작업이죠. 연기를 하면서는 다양한 인물, 삶을 살 수 있고 여기에는 상대에 대한 이해, 배려가 바탕돼야하잖아요. 제가 좋은 인간상으로 성장함에 있어 연기는 큰 도움을 줘요. 그래서 설령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연기는 계속 하고 싶어요. 하지만 연기만으로도 생활이 영위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죠?”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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