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변화구 증가는 학습효과의 증거

입력 2016-08-0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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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세현. 스포츠동아DB

넥센 김세현(29)의 가장 큰 장점은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다. 종으로 휘는 슬라이더까지 갖추고 있어 마무리투수로 손색이 없다. 데뷔 후 처음으로 마무리를 맡은 올해 47경기 성적은 2승28세이브, 방어율 2.76으로 수준급이다. 세이브 부문 선두에 올라있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 여기에 학습효과까지 나타나고 있어 일석이조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7월29일 대구 삼성전이 끝나고 김세현을 크게 나무랐다. “쉽게 승부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3번이나 강조했지만, 또 실수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세현은 팀이 5-4로 앞선 8회말 2사2루에서 김상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2B-0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한가운데 직구를 던진 게 화근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염 감독이 이를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특히 1루가 비어있는 데도 쉽게 한 점을 준 부분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김세현의 다음 등판은 매우 중요했다. 4일 사직 롯데전. 팀이 5-4로 역전에 성공한 8회 2사3루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1.1이닝 1안타 2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28세이브째를 따냈다. 변화구가 늘어난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날 투구수 19개 중 변화구가 7개였는데, 이는 평소보다 많은 수치다. 강속구 일변도의 승부를 펼치다 이따금씩 슬라이더를 곁들이던 과거와 다른 패턴. 특히 9회말 2사2루에서 체인지업으로 나경민을 삼진 처리한 장면은 백미였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종으로 꺾인 공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염 감독은 5일 고척 SK전에 앞서 “내가 잔소리를 하니 (김세현이) 변화구를 많이 던지더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는 그만큼 신경 써서 던져야 한다. 마무리투수에게 노력과 책임감은 매우 중요하다. 어제는 공도 정말 좋았다. 시속 153~154㎞를 쉽게 찍더라. 항상 강조했지만, (김)세현이가 직구와 슬라이더에 스플리터까지 제대로 장착하면 훨씬 위력적인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현은 미국 애리조나~일본 오키나와 1~2차 스프링캠프에서 스플리터 연마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확실한 구종으로 짧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의 특성상 실전에서 스플리터를 자주 던지진 못했다.

염 감독은 김세현을 두고 “마무리투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그 말에는 김세현이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지금까진 생각대로 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꾸준한 실전 경험과 성공을 통한 학습효과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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