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채병용은 FA 계약 첫 해, 팀의 사실상 ‘유일한’ 필승조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무리 박희수의 이탈로 최근엔 마무리 역할까지 맡으며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불펜 보강은 없었다. 기존 선수들에 박희수(33) 등 복귀 전력에 기댈 뿐이었다. SK는 ‘없는 살림’ 속에서 4위를 달리고 있다. 화끈해진 타선은 물론, 마운드도 악전고투다. 그 속엔 내부 FA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채병용(34)도 있다. 채병용은 중간계투진의 유일한 ‘믿을맨’이자 ‘살림꾼’으로 거듭났다.
채병용은 계약기간 ‘2+1년’ 총액 10억5000만원에 2001년 프로 입단 때부터 뛰어온 SK에 잔류했다. ‘억’ 소리가 쏟아지는 FA 시장에선 ‘헐값’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금액이었다. FA를 앞두고 하락세를 보인 게 뼈아팠다.
● 유일한 필승조, SK 마운드 지탱하는 중심축
그러나 그에겐 계약이 전환점이 됐다. 15일까지 54경기서 3승1패 2세이브 8홀드 방어율 3.62를 기록 중이다. 사실상 유일한 ‘필승조’ 투수로 SK 마운드를 지탱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엔 마무리 박희수가 무릎이 좋지 않아 엔트리에서 말소되자, 마무리 역할까지 맡았다. SK는 박희수가 빠진 11일 kt전부터 4연승을 달렸는데 채병용은 12일 kt전부터 14일 롯데전까지 3일 연속 등판해 모두 승리를 지켜냈다. 4점차라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던 13일 1이닝 3실점하며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지켰으나, 12일과 14일 각각 0.1이닝 무실점, 1.2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채병용은 “코칭스태프가 관리를 잘 해주신다. 3연투는 큰 문제없다. 내가 먼저 안 좋다고 얘기할 때는 별로 없다”며 웃었다. 54경기는 등판 횟수 공동 5위다. 또 64.2이닝을 던져 순수 구원투수(선발등판 2회 미만) 중에선 한화 권혁(91.2이닝)과 송창식(90이닝)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SK 채병용. 스포츠동아DB
● 비결은 자신감, “지금 아니면 언제 던지나”
잦은 등판에도 의연했다. 그는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던지겠나. 나중에 공이 안 좋아지면 던지고 싶어도 못 던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오히려 마음껏 던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해 보였다.
채병용은 어떻게 SK 마운드의 중심으로 올라서게 된 걸까. 비결을 묻자 그는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인 것 같다. 계약 문제가 끝나니 조급함이 없어졌다. 마운드에서 원하는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데는 자신감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계약내용과 무관하게 투구에 집중하게 된 게 가장 컸다. 또 자신감을 바탕으로 강속구는 아니지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공을 원하는 곳에 정확히 던져 방망이를 이끌어내고 있다. 마운드를 이끄는 선배로서 책임감도 크다. 채병용은 “불펜에 어린 선수들이 많다. 후배들이 실점하면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데 ‘뒤에 선배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는 얘길 해준다. 전반기에 좀더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위기를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병용
● 생년월일=1982년 4월 25일
▲출신교=군산초∼신월중-신일고
▲키·몸무게=185cm·100kg(우투우타)
▲프로입단=2001년 SK 2차 6라운드 전체 34순위
▲입단 계약금=8000만원
▲2016년 연봉=2억5000만원
▲2016시즌 성적=54경기 3승1패 2세이브 8홀드 방어율 3.62(15일 현재)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