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부제가 모든 것을 말한다

입력 2016-09-0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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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사진제공|KBS미디어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부제 활용의 좋은 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방송 시작 후 약 10분 안에 해당 회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부제를 통해 공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지 못했더라도 부제의 의미를 파악하면 극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는 8월29일 방송한 3회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부제인 ‘후아유’는 한자 ‘後我有’의 뜻을 하나씩 그대로 해석한 ‘너의 뒤에 내가 있다’와 영어 ‘Who are you(너는 누구인가)’의 의미로 동시에 활용됐다. 왕(김승수)이 세자(박보검)에게 대리청정을 명령하며 자신이 정권에서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리며 “그래야 네가 다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아들 뒤에 아버지가 항상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세자 관점에서는 아버지를 통해 자아를 찾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과정으로 풀이됐다. 세자는 여성임을 숨기고 내관이 된 홍라온(김유정)에게 정체를 밝혔다. 1회의 부제인 ‘달빛 인연’이 그린 설정은 2회에서 홍라온이 내관으로 입궐하며 그 부제인 ‘너에게로 통하는 길’로 완성됐다.

연출자 김성윤 PD와 백상훈 PD, 김민정·임예진 작가는 은 2015년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두 작가가 집필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스태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한다”며 “한 회의 이야기를 한 줄로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1, 2회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세자가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뇌로 무게감까지 더해지며 전 회보다 2배 상승한 16%(닐슨미디어)를 기록했다.

스포츠동아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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