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평가절하’ 아레나도, MVP를 향한 도전

입력 2016-09-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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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놀란 아레나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는 해발 1610m의 고지대에 위치해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곳이다. 다른 곳에 비해 공기 밀도가 적은 탓에 비거리가 워낙 많이 나기 때문에 애초 설계할 때부터 구장 규모를 크게 만들었다.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거리가 짧은 좌측 펜스까지가 106m, 중앙까지는 무려 126m나 된다. 콜로라도 구단은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닉네임을 없애기 위해 경기 전 볼을 저온가습실에 보관하기도 하고, 올 시즌부터는 펜스 높이를 8피트(2.44m)나 높였다. 종전 5피트(1.52m)에서 13피트(3.96m)로 높아진 것이다. 현역 최고의 투수로 누구나 인정하는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28)도 쿠어스필드에서는 통산 17번 선발로 등판해 방어율 4.63을 기록했을 만큼 투수들에게는 등판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반면 쿠어스필드에서 81경기를 치르는 콜로라도 타자들에게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각종 타격 기록의 순도가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콜로라도의 간판스타인 놀란 아레나도(25)다. 지난해 아레나도는 내셔널리그 홈런 공동 1위(42)와 타점 1위(130)에 올랐다. 타격 2관왕을 차지하며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상을 싹쓸이했지만 정작 내셔널리그 MVP(최우수선수) 투표에서는 고작 8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에도 콜로라도의 가을야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지만 아레나도는 홈런왕과 타점왕 2연패, 그리고 생애 첫 MVP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콜로라도 놀란 아레나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3루수의 기본은 수비

1991년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뉴포트비치에서 태어난 아레나도는 고등학교 시절 LA 타임즈가 선정한 올스타 팀에 유격수로서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린 유망주였다. 졸업반 때 성적은 타율 0.517에 출루율이 0.615나 됐다. 당초 애리조나주립대학 진학을 약속했지만 콜로라도가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전체 59번째) 지명을 하자 프로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마이너리그는 그에게 너무 좁았다. 2011년부터 2년 연속 퓨처스 올스타게임에 출전한 아레나도는 2013년 4월28일 빅리그에 콜업됐다. 22번째 생일이 지난 지 12일 만에 맞은 경사였다. 두 번째 메이저리그 경기였던 LA 다저스전에서 첫 안타와 홈런을 뽑아냈고, 6번째 경기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에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로부터 만루홈런을 때려 눈길을 끌었다. 130경기 1110이닝 동안 저지른 실책은 고작 11개. 아레나도는 1957년 이후 처음 루키로서 3루수 골드글러브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소포모어 징크스도 그와는 무관했다. 2014년 28연속경기안타를 때려 마이클 커다이어가 보유하고 있던 구단 기록까지 깨며 승승장구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가슴을 다쳐 11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지만 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무려 157경기에 출전해 생애 최다인 17개의 실책으로 수비율이 0.966에 그쳤지만 골드글러브 3연패를 달성했다. 올해도 4일(한국시간) 현재 고작 7개의 실책만을 기록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4년 연속 황금장갑 수상이 유력하다.

콜로라도 놀란 아레나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타율 3할은 MVP 마지노선

루키 트레버 스토리의 활약에 묻히기는 했지만 올 시즌 출발은 매우 산뜻했다. 4월에 홈런 10개와 22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율도 0.308로 높았다. 5월과 6월에 친 홈런은 11개로 주춤했지만 43타점을 보태며 해결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이 고비였다. 23개의 안타만을 치는데 그쳐 월간타율이 0.228로 곤두박질쳤다. 타점도 14개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방망이는 8월에 다시 활활 타올랐다. 0.356의 높은 타율을 바탕으로 홈런을 10개나 추가했다. 타점은 이전 두 달치를 합한 것과 같은 36개나 됐다. 4일까지 내셔널리그에서 100타점 이상을 넘긴 선수는 아레나도가 유일하다. 총 117개로 홈런 부문 공동 1위(36)에 올라 있는 라이벌 브라이언트(91타점)를 26개차로 압도하고 있다.

쿠어스필드를 사용하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아레나도가 MVP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타율을 조금 더 높여야한다. 경쟁자 브라이언트가 타율(0.306), 출루율(0.402), 장타율(0.584)에서 조금씩 앞서고 있기 때문에 타점 부문의 우위만으로는 MVP 등극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브라이언트가 속해 있는 컵스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리해 3할대 타율은 필수적이다.

또 아레나도와 브라이언트의 경쟁은 에이전트의 간접 대결로도 볼 수 있다.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았던 아레나도는 그와 결별을 선언하고 ‘와써맨(Wasserman) 미디어그룹’에 합류했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역대 최대 규모인 13년 3억2500만 달러의 계약을 안긴 곳으로, 스포츠에이전시 랭킹 4위에 올라 있다. 2020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 아레나도의 계약 규모가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자타가 공인하는 넘버 원 스포츠에이전시인 보라스는 아레나도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2019년 FA가 되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와 2022년 FA 자격을 얻는 브라이언트를 앞세워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FA 자격을 얻기까지 2년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올 시즌 MVP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두 거대 에이전트의 자존심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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