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작별의 시간…아듀! 빈 스컬리

입력 2016-09-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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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간 LA 다저스 팬들을 울리고 웃겼던 목소리가 이제 기약없는 음소거로 남게 된다. 다저스의 캐스터 빈 스컬리가 다음달 3일(한국시간) 은퇴식을 치르기 때문이다. 1950년부터 마이크를 잡은 그는 콜로라도전을 끝으로 팬들과 작별한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어떤 분야에서 기예가 뛰어나 유명한 사람을 일컬어 ‘명인’이라 칭한다. 이제 67년간 마이크를 통해 LA 다저스의 경기 소식을 전해 온 메이저리그의 명인과 헤어질 시간이 곧 다가온다. 1950년부터 다저스의 캐스터로 활약한 빈 스컬리 캐스터가 10월 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원정경기를 끝으로 그를 아껴 온 팬들과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그의 마지막 홈경기 중계는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이다. 다저스 구단은 이날을 ‘빈 스컬리 감사의 밤’으로 지정했다. 5만여 홈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된다. 다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더라도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1927년 뉴욕시 양키스타디움이 위치한 브롱스에서 태어난 그는 수없이 많은 역사적 현장을 지켜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6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뿐만 아니라 오로지 다저스에서만 마이크를 잡았다는 점은 칼 립켄 주니어의 2632연속경기 출장이나, 조 디마지오의 56연속경기 안타만큼 값진 것이다. 그러기에 그를 아끼는 야구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빈 스컬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역사적인 순간

그가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 다저스의 연고지는 LA가 아닌 브루클린이었다. 첫 월드시리즈 중계는 1955년.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다저스의 6차례 우승을 포함해 총 25차례 월드시리즈를 전담 중계했다. 퍼펙트게임 3차례, 노히트노런 13차례, 올스타전 14차례 중계는 그의 대표적 이력이다.

지금도 많은 야구팬들의 뇌리에는 1974년 행크 애런이 베이브 루스가 보유하고 있던 홈런 기록을 깼을 때,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대타로 나온 커크 깁슨이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을 때, 2001년 마크 맥과이어의 단일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깬 배리 본즈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전한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

빈 스컬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아듀 스컬리

현재 LA 지역에서는 약 70%의 주민이 다저스 경기를 시청할 수 없다. TV 중계권 대란이 해결되지 않아 타임워너 케이블 가입자 외에는 다저스 경기를 볼 수 없었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6경기가 공중파를 통해 중계하기로 결정돼 빈 스컬리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다저스의 마지막 홈경기인 9월24~26일의 콜로라도 로키스 3연전과 올 시즌 마지막 3경기인 10월1~3일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원정 3연전이 은퇴 전 빈 스컬리 캐스터의 중계로 시청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들이다.

이제 많은 팬들의 관심은 평생 다저스 중계만을 해 왔던 그가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 65세에 은퇴를 한다면 향후 20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겠지만, 89세이다 보니 그저 좀 더 살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16명의 손자와 3명의 증손자,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좀 더 시간을 보내며 남은 인생을 즐기고 싶다”며 “잘 산다는 것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제부터는 좋아하는 독서에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맘껏 책을 읽고, 꽃이 자라는 것을 보며 가족들과 어울려 여생을 보내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다르다. 첫 부인이 1972년 투병을 하다 세상을 등졌고, 큰 아들은 불과 33세의 나이에 헬리콥터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 시린 아픔을 감내하면서 그는 늘 마이크를 통해 다저스 팬들과 호흡했다.

그의 마지막 소망은 단순하다. “67년간 해 왔던 중계를 마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팬들이 영원한 라이벌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경기 자체를 즐겼으면 한다.” 곧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은 누군가 그를 대신해 다저스 경기를 중계하겠지만 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잡았던 ‘명인’ 빈 스컬리 캐스터의 빈 자리는 쉽게 채워지기 힘들 것 같다.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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