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SK 투수들 모자에 새긴 전병두의 28번

입력 2016-09-26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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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SK 선발 윤희상, 6회초 SK 김광현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문학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SK 투수들은 9연패 중이던 25일, 한화와의 홈경기에 앞서 일제히 모자에 숫자 2개를 적었다.

검은색 모자에 하얗게 ‘28’을 새기고 나서 가을야구 희망을 앗아간 기나긴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SK 투수들의 모자에 새겨진 28번의 주인공은 좌완투수 전병두(32)다. 전병두는 이달 초 은퇴를 결심했다. 2011년 11월 왼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 이후 5년간 재활에 매달렸지만, 끝내 1군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구단은 시즌 최종전인 다음달 8일 문학 삼성전에 선발 혹은 불펜으로 한 차례 등판시키기로 했다. 2011년 10월6일 무등 KIA전 이후 1829일만의 1군 등판, 그리고 그의 은퇴경기다.

구단 역사상 첫 은퇴경기의 주인공이 된 전병두는 SK에 ‘아픈 손가락’이다. 전도유망했던 좌완 파이어볼러에서 ‘혹사’의 희생양으로 남들보다 빨리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SK는 전병두의 진로에 대해 구단에서 함께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SK 왕조’의 구성원으로 함께 영광을 이끌었던 동료들에게도 전병두는 애잔한 존재다. 현재 1군 투수 중 ‘맏형 라인’에 있는 채병용(34)은 이날 동료들에게 28번을 새기자고 제안했다. 연패와 멀어지고 있는 가을야구 희망으로 인해 가라앉은 투수조의 분위기를 다잡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였다.

최근 SK 선수들은 전병두의 은퇴경기에 대해 구단에 직접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등 마지막을 빛내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모자에 28번을 새기고 나선 25일 문학 한화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윤희상은 경기 후 응원단상에 오르기 전 팬들에게 전병두 은퇴경기에 함께 하자는 말을 수차례 연습하기도 했다. 은퇴식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는 선수들이나 “병두형 얘기를 잘 해야 할 텐데”라는 윤희상의 말에서 선수들의 전병두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다.

SK 투수들은 전병두가 마운드에 오를 시즌 최종전까지 모자에 28번을 새기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전병두와 함께 한다는 단합된 마음으로 그가 은퇴하는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다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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