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좌우 날개’로 정상까지 도약할까

입력 2016-10-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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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던 삼성화재. 절치부심이란 단어를 새긴 채 삼성화재는 다채로운 공격 패턴으로 다시 왕좌 탈환에 나선다. 2016 청주-KOVO컵 때의 모습.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는 V리그에서 ‘영원한 우승후보’로 불린다. 15일 개막하는 V리그에서 삼성화재는 라이트 박철우가 전역할 시점까지 불완전체로 출발한다. 센터 이선규가 프리에이전트(FA)로 빠져나가(KB손해보험행) 전력 누수도 있다. 외국인선수 타이스의 실력도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삼성화재는 우승후보 1순위로 평가받는다. 객관적 전력에서 삼성화재보다 우위인 팀들이 있음에도 그렇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 삼성화재가 구축한 ‘승자의 품격’이 모래성일 수 없다. 그 저력에 더해 삼성화재는 V리그가 진행될수록 더 강해질 수 있는 호재를 품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삼성화재의 시대는 다시 올 것인가.



● 이제 삼성화재는 좌우 날개로 난다!

창공을 나는 새들은 좌우 날개로 하늘을 난다. 지난시즌 삼성화재는 특급 외국인선수 그로저의 공격 역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큰 틀에서 이런 패턴으로 V리그를 평정했다. 외국인선수에게 공격 지분을 몰아주고, 토종선수들이 리시브와 수비로 희생하는 삼성화재의 소위 ‘몰빵배구’는 ‘단조롭고, 발전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이런 비판의 화살을 담보된 승리로서 막아냈지만 지난시즌 한계에 직면했다. 그리고 외국인선수 공급 경로가 트라이아웃으로 변경된 올 시즌부터 ‘새로운 길’의 모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삼성화재는 트라이아웃에서 네덜란드 국가대표 출신 타이스를 선택했는데, 배구계에서는 ‘숨은 승자’라고 평한다. 레프트를 맡는 타이스는 원래부터 수비가 견실한데다 공격력에서도 삼성화재의 맞춤형 선수로 개조되고 있다. 임도헌 감독이 팀의 명운을 걸고 타이스의 스파이크 시, 팔 높이를 올려 타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살림꾼 스타일인 타이스를 2단 공격이 가능한 해결사로 변신시키는 작업이다. 임 감독은 9일 “잘 되고 있었는데 네덜란드대표팀에 다녀온 뒤, 다시 옛날 버릇으로 때리고 있다. 에이스 기질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공격수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최고 세터 유광우를 보유하고 있다. 시간이 걸릴 순 있겠지만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여기다 2라운드 최종전부터는 국가대표 라이트 박철우가 전역해 가세한다. 박철우가 들어오면 공격은 물론, 블로킹 높이가 보강된다. 임 감독은 경기감각이나 팀 조직력 적응 면에서 박철우의 즉시 활용에 대해 조심스러워했지만 삼성화재의 좌우 공격 옵션이 다변화되는 것은 틀림없다. ‘몰빵배구’ 이미지 탓에 희석되어서 그렇지 조직력의 삼성화재는 유광우의 손끝을 통해 KOVO에서 가장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활용하는 팀이다. 삼성화재는 “과거에는 여러 공격을 외국인선수가 다 했지만 이제는 좌우에서 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화재 최귀엽(앞쪽). 스포츠동아DB



● 높이를 어떻게 따라잡을까?

누구나 다 아는 삼성화재의 약점은 높이다. 센터 이선규(KB손해보험행)가 빠져나가며 높이와 중앙 속공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지태환은 군 입대했고, 터줏대감 고희진은 은퇴를 고려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삼성화재는 김규민과 하경민을 기민하게 영입했지만 문제는 두 선수 다 부상 탓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임 감독은 “김규민은 80~90%까지 회복됐다. 개막전부터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삼성화재가 준비한 깜짝 대안은 레프트와 라이트가 두루 가능한 최귀엽을 센터로 전환시킨 것이다. 최귀엽(190㎝)은 키의 한계가 명백하지만 발이 빠르고, 블로킹 센스가 없지 않다. 수비 능력이나 공격 가담도 정통 센터보다 낫다. 세터 유광우(184㎝)의 키도 크지 않아 삼성화재의 블로킹 벽은 얕다. 단 라이트 중에서 블로킹 능력이 가장 빼어난 박철우가 들어오면 높이가 보완된다. 또 삼성화재 수비력은 KOVO 톱이다. 리시브와 디그에서 딱히 약점을 꼽을 선수가 없다. 게다가 리베로 부용찬이 영입돼 수비력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부용찬을 두고, ‘디그에 비해 리시브가 불안하다’는 세평에 맞서 삼성화재는 “다른 레프트 자원의 리시브 능력이 안정돼 부용찬의 수비범위가 줄어들 수 있어서 리시브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시했다. 삼성화재 내부적으로 부용찬의 수비 능력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오히려 “2단공격에서의 토스 등 연결능력에 훈련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 스포츠동아DB



● V리그 개막전부터 100%로 가겠다!

타이스의 팀 적응, 박철우의 가세 등 삼성화재는 여타 팀들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수 있다. 관건은 개막 후 10경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다. 그러나 임 감독은 “박철우 복귀까지 버틴다는 생각이 아니라 개막전부터 가지고 있는 100%를 어떻게 쏟아 붓느냐에 생각을 집중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처음으로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나가지 못했다. 임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시련을 겪었다. 이제는 임 감독의 배구 색깔과 실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시간이 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 시즌 성적이 안 좋았으니 올해 우승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없진 않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계속 우승하고 있을 때에도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싸워온 선수들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거친 임 감독 역시 “부담감을 선수들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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