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벅시’ 오규석 군수, “기장을 꿈의 도시로”

입력 2016-10-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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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기장군수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자갈이 깔린 땅 위에 야구장과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질 순 없었을 것이다. 기장|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벅시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의 특별함은 상상력의 스케일이었다. ‘사막에 도시를 짓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실행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환락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이제 세계적 관광명소다. 평범함의 범주를 깬 생각의 힘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다. 벅시의 일대기는 워렌 비티 주연의 영화 ‘벅시’로 만들어졌다.

생명이 살 수 없는 땅, 사막을 자원으로 바꾼 또 하나의 사례가 두바이의 사막투어다. 쓸모없는 땅인 줄 알았던 사막을 관광자원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생각의 전환이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벅시가 누군지 모른다. 라스베이거스나 두바이에 가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바다를 건너 본 것은 군수 업무 차, 일본에 한 번 간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큰 그림을 그리는 상상력과 섬광처럼 떠오른 발상을 실행하는 배포만큼은 ‘한국의 벅시’라 할만하다.

오규석 기장 군수. 기장|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회전율 가치 아는 실용주의자

어떻게 황무지에 하필 야구장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기장 ‘야구타운’은 오 군수의 발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원래 그 땅에 공원을 지을 계획이었다. 들짐승만 넘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군 재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야구장을 지으면 회전율이 생기고, 사업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기장에 사람들이 드나들어야 군민들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는 경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 사시사철 야구를 하러 사람들이 유입되고, 축구장 아울렛 병원 호텔 식당 등 연계된 인프라까지 경제성이 증대될 수 있다.

9월 기장에서 여자야구월드컵이라는 큰 행사를 성공리에 개최하며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이제 야구장의 효율적 활용이 진짜 중요한 일이 됐다. “스포츠 산업화가 목표지만 야구장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 야구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야구장은 기본적 운영비만 뽑으면 되는데 마이너스는 안 될 것 같다.” 오 군수와 기장군은 KBO와 조율해 사회인야구대회, 한중일 유소년국제대회 등을 개최할 계획도 지니고 있다. 기장을 ‘한국야구의 메카’로서 국제적으로 각인시키고 싶어 한다.

오 군수의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싱크탱크는 ‘2030기획단’이다. 2030년의 기장을 상상하고 움직이는 조직이다. 오 군수는 “나는 나그네다. 기장군의 미래 주인이 될 실무자들이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오 군수는 해외시찰 기회가 돌아오면 고사하고 직원들을 보낸다. “내가 한 번 안 나가면 직원 3명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는 대한민국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스케일의 야구 인프라를 자랑한다.(왼쪽)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기념 조형물이다.(오른쪽 위) 전통(자연)과 첨단(야구타운·신도시 등 복합시설)이 조화되는 공간이 기장군의 지향성이다. 여자야구월드컵을 치른 이후에도 일반인들이 언제든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시설 정비가 잘 돼 있다.(오른쪽 아래) 기장|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실현가능한 목표, ‘꿈의 도시’

기장은 지방 도시로서 드물게 인구가, 특히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 정관신도시는 기장군이 기획하는 ‘행복타운’의 결정판이다. 오 군수는 “2만1000평 땅에 3살부터 80살까지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온천 개발, 교육 문화센터, 맞춤형 도서관, 다목적 공연장 등을 세계적 규모로 건립할 생각이다. 즐기는 공간임과 동시에 구경을 올 수 있는 규모의 스케일을 상상하고 있다.

“기장을 꿈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 유토피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 쉴 자리가 넉넉한 도시, 직업과 엔터테인먼트를 갖춘 도시,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주민들이 행복한 느낌을 가지면, 그것이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기장군수실에는 고(故) 박태준 포항제철(포스코) 창업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박 명예회장은 기장 출신이다. “그분의 창의성과 청렴을 본받고 싶다. 박 명예회장은 정치인, 기업가이기 이전에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사상가였다고 생각한다.” 박 명예회장이 모래 위에 지은 포항제철 덕분에 한국은 근대화의 기적을 이룩했다. 오 군수가 자갈 위에 지은 야구장은 기장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 오규석 기장군수


▲1958년 9월23일생
▲철마초∼철마중∼기장고∼진주교대·대구대 행정학과·동국대 한의학과 졸업∼동국대 한의학 박사, 대구대·경성대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동국대 총학생회장 역임
▲기장한의원 원장
▲1995년 7월∼1998년 4월(기장군 민선 초대 군수)


기장(부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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