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무너뜨린 신뢰, 불신의 시대 오나?

입력 2016-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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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승부조작 은폐 의혹 파문이 조용하던 야구계를 덮쳤다. 선수의 승부조작 연루에 이어 구단이 이를 은폐했다는 혐의가 드러나 KBO리그를 지탱한 ‘신뢰’에도 큰 균열이 생긴 모습이다. 2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친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NC 선수단. 스포츠동아DB

NC가 받고 있는 ‘승부조작 은폐’ 의혹은 KBO리그 현장에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단간의 선수 거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러한 기본 배경에 균열이 왔기 때문이다.

경찰이 NC 구단 관계자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사기죄’다. KBO 야구규약에는 구단이 승부조작 등의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하려 한 경우 최대 제명(퇴출)까지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소속선수의 부정행위를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숨긴 채 선수계약을 다른 구단으로 양도한 경우 이적료 등을 배상해야 한다.

NC 안팎에선 법적으로 사기죄 성립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한 이성민을 직접 트레이드한 게 아니고,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제외했을 뿐이라는 이유다. 신생팀 특별지명의 당사자인 kt의 의지가 포함된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은폐 행위가 사실이라도 최종 법적처분에서 무죄로 빠져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NC는 kt를 포함한 나머지 9개 구단을 기만했다. 이러한 기만행위는 야구계의 뿌리내려 있었던 신뢰에 흠집을 냈다. 이제 트레이드를 논의할 때 의심부터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걸지도 모른다.

A구단 고위관계자는 “예를 들어 특정팀이 사용하던 해외 스프링캠프 장소가 나왔다 치자. 모든 구단이 자유롭게 그 장소와 계약할 수 있음에도 전에 사용하던 팀에 양해를 구하는 게 기본적인 관례”라며 “캠프지 계약도 이렇게 할 정도로 구단 사이에 암묵적으로 신뢰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그 신뢰를 저버린 사건”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실제로 각 구단들 사이엔 말하지 않아도 지켜야 할 암묵적인 신뢰관계가 있다. 이 관계자는 “상당히 큰 문제로 보인다. 도의적인 문제 외에도 구단 사이의 기본적인 신뢰를 깨트린 행위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신뢰는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NC의 전문성을 지적한 이도 있었다. B구단 관계자는 “2014년 말이면 NC가 1군에서 2번째 시즌을 마쳤을 때다. 특히 해당 혐의를 받는 프런트들은 NC 창단 이후 프런트로 시작한 인사들이다.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험 많은 프런트가 있는 구단이라면, 이런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프로야구 9번째 구단 NC는 ‘정의·명예·존중’을 구단의 가치로 내걸었다. 만약 은폐한 사실이 맞다면, 구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의롭지 못한 행동으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은 셈이다. 8일 NC는 보도자료를 통해 “부정행위를 고의적으로 숨기는 등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말조차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NC는 신뢰를 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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