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푸른하늘, 우울한데 기분 좋아지는 싱어송라이터

입력 2016-11-17 17:4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곽푸른하늘은 어쩌면 이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실제 곽푸른하늘은 “1집을 좀 더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음반이)안 나왔고, 음악을 안 했을 거다. 내놓고 보니까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공연도 하고, EP도 내고 그랬다”라고 밝혔다.

그녀가 ‘덜’ 곰곰이 생각한 덕분에 1집 ‘있는듯 없는듯’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고, 곽푸른하늘이라는 싱어송라이터도 탄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곰곰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건 ‘대충’이라는 뜻보다는 ‘잘 몰랐다’의 의미에 가까웠다.

곽푸른하늘은 “1집은 졸업 작품이었는데, 그게 공연으로 이어지고 활동을 한 거다. 어렸을 때 습작처럼 만든 거 같다. 이게 내 스타일인가 그런 걸 모르는 상태로 있던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있는듯 없는듯’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거나 세상에 내놓기 부끄럽다 그런 의미는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스타일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발매를 한 것이 아쉽다는 뜻이다.

그녀는 “1집이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때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연주와 가사로 충분히 표현할 만큼 한 거 같다. (다만)‘나는 이런 걸 해야지’하고 만든 게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때마침 곽푸른하늘은 지난달 28일 5년만의 새 정규앨범인 ‘어제의 소설’을 발매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Mnet ‘슈퍼스타K7’에 출연하기도 했다. 즉 지금은 일단 음악을 계속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곽푸른하늘은 “계속 음악을 하다가, 내가 슬럼프가 왔던 거 같다. 좋아서하는 거지 잘하거나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혼자서 하다 보니까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슈퍼스타K7’에)나가게 됐다”며 “내가 잘 한다는 걸 확인 하고 싶었다. 더 많은 분들이 홍대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음악을 접하는 분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나갔다. 결과적으로 자극이 된 거 같다. 내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으니... 그게 (‘슈퍼스타K7’ 출연의)제일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2집 ‘어제의 소설’은 ‘곰곰이 생각한’ 결과물이다. 그녀는 “(‘슈퍼스타K7’을 통해 내 노래를)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슬럼프가 치유되진 않았다. 그 다음에 하루 이틀 집에 있으니 그대로더라. 그래서 내가 진짜로 뭘 원하는 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또 다른 음반을 내는 거였다. 그전부터 만든 음악도 있지만 음반을 낼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다음부터 (정규 2집)작업을 하게 됐다. ‘슈퍼스타K7’도, 2집도, 결국 그런 자극이 필요했던 거 같다.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계기가 필요했다”라고 마음의 중심에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렸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곽푸른하늘도 “일단은 음악활동은 계속 하는 거다”라고 말해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또 그녀는 “이렇게 가다보면 3집도 똑같이 5년이 걸리지 않을까”라고 말한 뒤 “그런데 살다보면 해결방법을 알게 되니 더 짧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똑같은 지향점을 가지니까 그걸 빨리 해결하는 식이다. 빨리 털고 빨리 일어서는 삶을 추구한다.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긴 싫다. 1집을 내고 (5년간 앨범을)안 냈던 게 무지함, 내가 어떤지 모르는 것이 이유였으나, 이제는 뭔지 알았으니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여 지금까지보단 더 빠르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것을 약속했다.

이제 곽푸른하늘이 ‘곰곰이 생각해서’ 알게 된 그녀의 스타일이 무엇인가를 알아볼 차례다.

곽푸른하늘이 중시하는 건 고유한 감성이다. 사실 언더그라운드에서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정말 흔한 포지션으로, 당연히 비슷한 음악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에 곽푸른하늘은 노래에 그때그때의 감정과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1집이 더 좋다, 2집이 더 좋다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 이 음반이 좋은 점이 있고, 저 음반이 좋은 점이 있고 골고루 있는 거 같다. 뭐가 더 잘 만들어졌다기보다, 지금 내 상황을 어느 곡이 잘 표현해 주느냐라는 점에서 2집이 더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래의 멜로디로도 감성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이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게 바로 가사다. 그리고 가사는 곽푸른하늘의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같은 레이블의 선배로서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까르푸황(황현우)은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고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다. 연주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연주 실력을 넘어가는 기점을 자기 스타일이라고 본다. 스타일이 없으면 연주는 잘해도 별로라고 하는 그런 거다. 예를 들어 오지은은 오지은 스타일이 있고, 최고은은 최고은이라는 느낌이 들고, 요조도 그렇고, 자기 느낌 갖느냐 아니냐를 나누는 거 같다. 곽푸른하늘은 음악적으로는 너무 유니크하지도 팝스럽지도 않은 중간 정도인데, 가사가 자기 스타일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곽푸른하늘도 “가사는 확실히 중점을 두는 거 같다. 연주와 가사에 초점을 맞춰서 작업을 하는 편이다. 일부러 독특한 단어를 선택하는 건 아닌데, 그냥 음이 맞고 예쁘다고 생각하면 가사로 쓴다”라고 가사에 힘을 준다고 밝혔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스타일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곽푸른하늘은 ‘우울하다’라는 평을 많이 듣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선 곽푸른하늘도 할 말이 꽤 많았다.

그녀는 “우울한 음악을 한다고 해서 우울한 삶을 살거나 하진 않는다. 똑같이 울고 웃으며 산다”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기사나 음악에 달린 댓글 중에 반박하고 싶은 글이 있었냐고 묻자 그녀는 “우울증환자 같다는 그런 글이 있었는데, 시원한 우울함이 아니라 찐득한 우울함이라고 하더라.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정말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헬렐레 산다. 가끔 어렵고 불편할 때 곡을 써서 그렇게 나온 거지, (사람자체가)우울하다는 편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난 우울한 게 아니라 조용한 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밝다고 한다”라고 ‘우울한 곽푸른하늘’에 대해 반박했다.

평소엔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해져 물어보자 곽푸른하늘은 “음악 말고는 친구들을 만나서 영화보고 그러는 걸 좋아한다. 또 마트가기를 좋아한다. 마트에는 예쁜 패키지 상품도 많고 그래서 거기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물건 디자인을 보거나 사람들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갈 수 있을 때는 마트에 가지만, 원래는 사람이 없는 곳을 선호한다. 내가 파주에 사는데 얼마 전에 자전거를 사서 새벽에 출판단지를 구경하고 그런다”라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게 평범한 일상이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수 곽푸른하늘’만큼은 평범이 아니라 비범하다는 게 분명하다. 이는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평단의 반응이 입증해준다.

(여담으로 ‘홍대 아이유’라는 평에 대해 곽푸른하늘은 “나 스스로는 아무 생각이 없다. 다만 아이유의 팬들에게 미안하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냐고 묻자 “내가 이래봬도 자의식이 세서 아이유라고 불린다고 혹하지 않는다. 내 이름이 독특해서 (수식어 없이)이름만으로 충분히 기억에 각인 시킬 수 있다. 아이유는 그냥 팬으로 좋아한다”라고 ‘홍대 아이유’라는 수식어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에 가수 곽푸른하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묻자 그녀는 “예술을 하려고 하는 걸까. 지금 하는 건 가수인데, 최종 목표는 아티스트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지금은 2집이 나왔으니 많이 들어주고 더 재밌고 좋은 일을 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