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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을 승리밭으로 ‘봉동이장 리더십’

입력 2016-11-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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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전북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 ‘아시아 정상’ 전북현대 집중해부

최 감독 2005년 부임후 가족분위기
선수들 숨은 능력치 끌어내려 자극
클럽하우스 등 성적·인프라도 확보

전북현대는 10년 새 2차례나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같은 기간 K리그(클래식)는 4차례 제패했다. 어느덧 K리그를 대표하는 최강 클럽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과정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다. 오늘의 영광을 누리기까지 전북은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은 패기와 흔들림 없는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꾸준히 안팎의 도전을 이겨냈다. 전북의 오늘과 내일, 그 밑바탕이었던 과거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은 그간 많이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무대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평정한 전북현대 최강희(57) 감독의 약속이다. 전북은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을 따돌리고 2006년에 이어 통산 2번째 아시아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아시아 챔피언 자격과 함께 12월 일본에서 펼쳐질 클럽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다.

물론 전북은 어렵사리 얻은 ‘12월의 시즌’을 보너스처럼 흘려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첫 판에서 클럽 아메리카(멕시코)를 꺾은 뒤 ‘유럽 최강’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당당히 맞서고 싶다. ‘K리그 방위대’와 ‘지구 방위대’의 충돌이다. 최 감독과 함께 전북의 위대한 역사를 함께 한 파비오(브라질) 피지컬 코치도 “축구에 미친 브라질에선 월드컵 다음으로 클럽월드컵의 위상을 높이 여긴다”며 거들었다.

그런데 이처럼 큰 무대에 아시아를 정복한 최강 전력이 아닌 새로운 진용으로 나선다니 이유가 궁금하다. 물론 최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다. ‘자극’이다. 선수들의 숨은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다. “많이 뛰지 못한 순서대로 (클럽월드컵) 투입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농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감독은 이처럼 항상 선수들을 자극한다. 꾸준히 동기부여를 한다. 여기에 일방통행은 없다. 최대한 연봉을 많이 받도록 돕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단에 요청한다. 데려오고픈 선수가 있으면 최 감독이 직접 해당 선수들을 만나 진심을 전한다. 새로이 ‘녹색군단’에 합류한 선수들 대다수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벤치를 향한 충성도가 가장 높은 팀도 전북이다. 지도자들의 지시가 나오기 전 먼저 움직이고,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내로라하는 이름값의 선수들도 전북 유니폼만 입으면 모래알처럼 쪼개지는 대신 똘똘 뭉친다. 희생도 당연하게 여긴다. 마음은 괴로워도 팀을 위해 볼보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전반기를 뛰다 중국으로 떠났던 에두(브라질)는 올 여름 전북에 합류했지만,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다. 그는 면담을 요청해 “월드컵처럼 준비했다”고 호소했다. 그런데도 많이 뛰지 못했다. 그러나 UAE에서 돌아오는 도중 “괜찮다. 신경 쓰지 말라. 팀이 목표를 이뤘으면 나도 목표를 채운 것이다”며 미안해하는 최 감독을 위로했다.

최 감독은 2005년 여름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자신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어떤 일에도 쉽게 흥분하지 말자!’ 그는 “화를 내면 그 순간 마음은 시원하다. 선수들이 긴장도 느낀다. 그러나 딱 3초 만에 후회한다. 안 풀릴 때 잘못의 8할은 감독의 몫이다. 선생의 잘못을 제자에게 돌릴 필요는 없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말한다.

전북은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차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포함해 7개의 트로피(K리그 4회·FA컵 1회)를 챙겼다. 그 사이 최신식 클럽하우스도 준공했다. 성적과 인프라를 확보한 전북은 꾸준한 관중몰이를 하는 리딩 클럽이 됐다. “배추밭 한가운데서 많은 것을 일궜다”는 누군가의 표현이 딱 맞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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