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판도라 ’, 현실 같은 재난

입력 2016-11-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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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사진제공|CAC엔터테인먼트

28일 공개된 영화 ‘판도라’는 ‘실화와 무관한 내용’이라는 문구로 현실과 선긋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실화’나 다름없는 작품이 됐다. 4년 전 처음 기획된 사실을 고려하면 마치 현 시국을 ‘예언’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그린 ‘판도라’는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비춘다. 사고대응 매뉴얼 없어 우왕좌왕하다 재난을 키우고, 무능한 대통령은 제대로 된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해 화를 키운다. 언론을 틀어막아 국민을 속이려는 권력자들의 모습도 현실과 겹친다. 혼돈의 정국을 견디면서 ‘재난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관객에게는 ‘현실 같은 재난’이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코멘트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그대로 재현된다. 차일피일 판단을 미루다 재앙이 겹치는 상황은 영화라기보다 뉴스에 가깝다. 대통령 역의 김명민은 “가장 많이 뱉은 대사가 ‘죄송합니다’일 정도로 무능한 대통령”이라며 “연기라고 해도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하지만 총 제작비 150억원 규모의 ‘판도라’가 관객과 소통해 원하는 흥행에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영화는 답답한 현실을 잊게 하는 카타르시스 대신 ‘희망은 국민에 있다’는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요한다. 사고의 원인제공자들은 뒤로 빠진 채 힘없는 소시민에게 책임을 떠미는 탓에 자칫 관객의 피로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또 재난 블록버스터라기보다 ‘최루성 신파’에 가깝다.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의 선택은 그 자체로 숭고하지만 기어이 관객을 울리고 말겠다는 듯한 의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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