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자판기’ OK저축은행, 시몬 이탈로 잃은 것들

입력 2016-12-15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 OK저축은행 시몬. 스포츠동아DB

2014~2015·2015~2016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왕좌를 차지한 OK저축은행의 올 시즌은 고난의 연속이다. 공교롭게도 외국인선수 선발방식이 기존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변경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팀은 14일까지 3승12패(승점 9)로 남자부 최하위(7위)다. 로버트 랜디 시몬의 공백으로 잃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몬은 OK저축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이끈 주인공. 2014~2015시즌 득점(경기당 30.68득점)과 블로킹(세트당 0.742) 2위, 공격종합 3위(공격성공률 55.38%), 서브 1위(세트당 0.568)에 오르며 존재감을 뽐냈다. 무엇보다 오픈, 퀵오픈, 후위공격은 물론 속공까지 구사하며 상대를 당황케 했다.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보여준 폭발력은 대단했다. 무릎 수술을 받고 돌아온 2015~2016시즌에도 득점(25.52득점)과 공격종합(56.05%), 서브(세트당 0.636) 2위, 블로킹(0.742) 1위에 올랐다. 특히 속공과 퀵오픈 부문에서 나란히 1위에 오른 것은 시몬의 엄청난 피지컬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상황에 맞게 시몬의 포지션을 바꿔가며 장점을 극대화했다. “우리는 높이가 낮아 블로킹이 문제”라던 김 감독의 우려를 단번에 기우로 바꾼 것도 시몬이었다.

OK저축은행. 스포츠동아DB


2015~2016시즌까진 시몬이라는 확실한 득점기계가 있었기에 송명근과 송희채도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몬이 빠진 올해는 송명근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고, 송희채는 공격과 리시브를 모두 책임진다. 부담이 배로 늘었다. 게다가 외국인선수 문제까지 겹치면서 승점자판기로 전락한 모양새다. 마르코 보이치는 기량미달과 부상으로 퇴출됐고, 이적료까지 주고 데려온 모하메드 알하치대디도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시몬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정상적으로 뛰질 못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OK저축은행은 국내선수층이 탄탄한 팀이다. 시몬 없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두 포지션을 메우다시피 했던 시몬의 빈자리를 지우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