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현 작가 “입양아들에게 희망의 촛불을…”

입력 2016-12-20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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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아이콘 스튜디오

‘촛불’은 어둠을 밝히는 동시에 희망을 상징한다.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수백만의 ‘촛불’도 의미가 대단하지만, 사진 한 장으로 세상을 환하고 따뜻하게 밝혀줄 ‘촛불’이 되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인물 사진 촬영으로 유명한 조세현(58) 작가는 사랑의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의 테마를 ‘촛불’로 정했다. 그동안 ‘순수’, ‘사랑’, ‘행복’, ‘하트 비트’ 등 해마다 테마가 있었고, 올해는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강력하게 상징하는 ‘촛불’로 그 뜻을 전하기 위해 테마로 정했다.

조 작가는 “사진전으로 희망과 공감을 주는 촛불이 되고 싶어서” 그리 정했다고 했다. 조 작가는 대한사회복지회가 매년 입양 대상 아동과 미혼모를 위해 사진전을 연다. 벌써 14년째다. 당대 톱스타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기들을 포근하게 안고 사진을 찍는다.

이번엔 신동엽 서현진 김숙 김소은 성훈 안재현 여자친구 이준기 제시카 B1A4의 진영 등 인기스타들이 아기들과 교감을 나누었고, 이 모습을 조 작가가 카메라에 담았다.

“모든 아동이 가정의 사랑 안에서 자라날 수 있는 그날까지” 사진을 찍겠다는 조 작가는 “매번 시대와 맞춰서 부제를 정하는데 이번엔 타이밍이 묘하게 맞았다”고 웃었다.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국민의 95%가 공감하고, 아기들과 셀러브리티도 한 마음이라는 의미가 담겼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들과 공감하는 키워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들이 “항상 새롭다”고 했다. 인물사진 작가로서 얻는 결과물도 상당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4년간 같은 일을 해오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보람도 그 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사진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 연예인들도 좋아하지 않나. 솔직히 4~5년째는 그만두려고 했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많았다. 순수성을 의심하고 여자 연예인들의 손톱이 길면 그것조차 트집을 잡더라. 전시가 열리는 12월에 아기들이 옷을 벗고 있는 것도 뭐라고 하는 이들이 많았다. 과거엔 입양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 내 사진을 통해 자연스럽게 오픈하게 됐다며 용기를 얻었다는 입양 가족들 덕분에 힘이 난다. 다만, 진정성만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사진은 여간해서 찍기 어렵다.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순간 촬영이 필수다. 이 일을 14년째 해오며 조금씩 노하우도 생겼단다.

“수백 장을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올 확률이 높다. 부모에게 버려진 영아들의 슬픔이나 인간의 죄의식도 느낄 수 있다. 또 휴머니티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관심과 사랑이면 된다. 두 가지를 쏟으면 아이가 예뻐진다. 이는 시간이 흘러서도 마찬가지다. 아기였을 때 찍은 사진이랑 입양된 후 성장해서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면 부모와 관심과 사랑이 아이를 얼마나 예뻐지게 하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스타들도 달라지긴 매한가지다. 조 작가는 “30분에서 1시간이 지나면 확 바뀐다. 다들 워낙 바쁜 분들이라 지체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아기랑 눈도 맞추고 우유도 주고, 아무 생각 없이 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왔다가 아기들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빅뱅의 지드래곤은 매니저의 독촉에도 “아기를 더 보고 가겠다”고 했단다.

한 순간이지만 많은 걸 느끼고 간다는 연예인들을 보고, 아기들 역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웃음에서 “느끼는 게 많다”고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스타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팬들에도 전달되는 것이다.

조 작가는 최근 카메라에 담은 서현진을 떠올렸다. “마음이 참 고운 친구”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서현진이)‘진짜 고아냐’고 묻더니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울기 시작해 촬영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옆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일주일 뒤 아기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해왔고 후원을 약속해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그 아이는 좋은 가정을 빨리 만날 것 같다.”

조 작가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뿌듯한 일이 하나 있다. 카메라에 담은 아기들은 대부분 입양이 잘 된다. 대한사회복지회 ‘천사들의 편지’에 참여한 아이들은 매년 80~90%가 입양된다. 전체 입양률 20%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최근 남자 모델을 많이 쓰는 게, 남자 아기들의 입양이 잘 되지 않아서다. 입양아 예약상담을 하면 여자 아이에 집중돼 남자 모델은 남아와, 여자 모델은 여아와 촬영하는 만큼 남자 모델 중심으로 촬영을 많이 하려 한다.”

그는 내년 15주년을 맞아 더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전시회 시점인 내년 12월이면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개최와 맞물린다.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스포츠 스타와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김연아, 류현진, 박찬호 등 해외에서 활약한 스포츠스타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국가를 위해서 봉사해보자는 의미와 함께 해외에 한국의 입양문화가 이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도 알리고 싶다. 실제로 여러 자녀를 입양한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도 전시에 초청하고 싶다. (평창올림픽과 상관없이) 전지현과도 함께 하고 싶다. (전)지현이 중학교 때 내가 데뷔시킨 스타였다. 시간을 보고 적절할 때 제안하려고 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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