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인터뷰] 김도훈 감독 “난 아직 초보감독…초보들은 도전하고 싶은게 많다”

입력 2016-12-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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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마치고 울산현대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감독은 고교시절 울산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등 이 지역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를 통해 울산이 명문 구단의 위상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울산현대

■ 김 도 훈 울산현대 감독

돌아온 울산…반겨주는 분들이 많네요
난 선수와 밀당 못해…솔직한 스타일
다양한 공격 전술 완성도가 성적 관건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 하고싶어


울산현대 김도훈(46) 감독에게 연고지 울산은 특별한 곳이다. 그는 중학교 시절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울산 학성고에 스카우트됐다. 어린 나이에 유학길에 오른 그는 고교시절 처음으로 청소년대표에 선발되는 등 울산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제2의 고향’ 울산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축구단의 사령탑에 취임했다. 26일 선수들을 소집해 본격적으로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한 김 감독은 28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는 인연이 안 닿았는데, 지도자로 울산에 다시 오게 됐다. 동문들도 있고, 지인들도 많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할 역할이 많다. 모든 것을 쏟아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많이 변했지만 겨울에 부는 강한 바람은 그대로다”고 말한 그는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를 통해 울산이 명문 구단의 위상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다짐했다.


-새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느낌은 어떤가.

“사실 2주 전 상견례를 겸해 가볍게 훈련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열흘 정도 쉬었는데, 선수들 스스로 나름 준비를 잘하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에 대한 소문(훈련강도가 세다)을 많이 들었는지 준비를 잘했다. 만족하고 있다.”


-울산 학성고 출신이라 조금은 특별할 것 같다.

“난생 처음 스카우트라는 것을 경험해 여기(울산)에 왔다. 학성고 재학 시절 청소년대표에 발탁되기도 했다. 유학온 셈이었는데, 좋았던 기억이 많다. 선배들, 감독님 모두 잘해주셨다. 재미있게 보냈던 곳이다. 무려 29∼30년 만에 돌아왔다. 선수생활을 할 때 이상하게 기회가 안 닿았다. 울산현대가 아닌 전북현대로 갔다(웃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독일 유학에서 느낀 점은.

“인천에서 2년간 감독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유익했다. 한 달 정도 독일에 있었는데,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하던 차에 울산에서 연락이 왔다. 독일에 가보니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라이프치히 등이 상위권 성적을 거두면서 리그 구조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독일 프로팀들의 압박, 라인 변화 등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독일에서 한국팀을 평가하는 부분, 특히 연령대별 대표팀을 평가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독일 분데스리가에 더 근접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했다. 어린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잘 정리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일이 남았다.”

사진제공|울산현대



-울산은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부담이 늘 존재하는 팀이다.

“부담감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인천에서도 부담감이 있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이 규모와 예산 등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시민구단이라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은 없다. 오히려 더 부담이 크다고 봐야 한다. 강등이라는 게 구단에는 매우 치명적이다. 울산이 성적에 많이 신경 쓰는 구단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부담감은 축구를 시작하고 계속 느꼈다. 선수시절에는 골에 대한 부담, 경기를 잘해야 하다는 부담이 늘 존재했다. 감독이 되고서 내가 얼마나 준비하고, 훈련을 통해 선수들과 어떤 준비를 하고, 이를 경기장에서 얼마나 펼치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준비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도 시즌 준비과정이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취임 당시 공격축구를 선언했는데.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을 한다고 하지만 수비 준비도 많이 하는 팀이다. 수비를 잘하면 우승을 한다고 한다. 내가 말한 의도는 ‘우리가 공격을 하기 위해 전술적 준비를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수비가 튼튼해야 공격도 마음 놓고 나간다. 공격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전술적 준비를 하려고 한다.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말대로만 되면 바로 우승이다. 우리가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술적 부분에 있어서는 한 경기에 4∼5번 전술이 바뀐다. 하나만 가지고 안 된다. 선수들이 전술의 이해를 높여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팀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감독 3년차에 접어들었다.

“아직 초보 감독이다. 초보들은 하고 싶은 게 많다.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다. 우리 선수들에게 축구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그런 맛을 느껴봤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경기장을 찾아준 분들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축구에는 ‘컨닝’이 없다. 몸으로 부딪히고, 몸으로만 보여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비로소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축구를 통해 감동을 줄 수 있고, 그래야 팬들이 인정해줄 것이다. 팬들과 같이 가는, 팬들과 함께하는 축구를 해보고 싶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들 때 국민들의 기를 받지 않았나. 우리 팀에도 팬들이 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팀이 돼야 한다.”

울산현대 김도훈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 시절 선수들과의 소통과 리더십이 큰 주목을 받았다.

“나는 선수들과 이른바 ‘밀당(밀고 당기기)’을 못한다. 머리를 굴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솔직하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갈 길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솔직하게 다가가면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주는 것 같았다. 인천에서 임금이 체불됐을 때, (숙고)밖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이 월세를 내지 못한 적이 있다. 그들에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돈이었다. 그래서 돈을 빌려준 적도 있었다. 그런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을 수도 있겠다. 단순히 돈 얘기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선수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 아닌가 싶다. 울산 선수들에 대해서는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선수들의 생활기록부를 떼어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접근법이 나올 것 같다.”


-최근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다. 눈도 많이 충혈돼 보인다.

“동문들이 많다. 내가 부임해서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인사도 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축구 외에도 울산 감독으로서 해야 할 부분들이 또 있다. 농담 삼아 ‘홍보팀’에 내 자리 하나 만들어달라고 했다. 경기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도록 하는 데 있어 나와 선수들이 할 몫이 있다. 축구를 잘하면 가장 좋고, 그 밖에도 재능기부, 사회공헌활동도 해야 한다. 우리는 봉사라고 생각하지만, 받는 사람은 다르다. 굉장한 에너지를 받는다고 한다. 유럽에 가보니 그런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잘 이뤄지고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시즌 도중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이런 활동을 해볼 계획도 갖고 있다.”


● 김도훈 감독?


▲생년월일=1970년 7월 21일(경남 통영)

▲출신학교=통영중∼학성고∼연세대

▲프로선수 경력=전북현대(1995∼1997년·2000∼2002년), 일본 빗셀 고베(1998∼2000 년), 성남일화(2003∼2005년)

▲K리그 통산 성적=257경기 114골 41도움

▲국가대표 경력=1996년 UAE아시안컵, 1998년 프랑스월드컵

▲A매치 성적=72경기 30골

▲수상 경력=K리그 MVP(2003년), K리그 득점상(2000·2003년), AFC 챔피언스리그 득점상(2004년)

▲지도자 경력=성남 코치(2006∼2012년), 강원FC 코치(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2015∼2016년)

울산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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