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의 ‘서브 쥐약’을 찾아서

입력 2017-01-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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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밖에서는 ‘밥만 먹고 연습만 하는데 왜 못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보는 것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 현대캐피탈 센터 신영석은 늘 수건을 착용하고 코트를 뛴다. ‘이것’을 하기 전, 손을 닦기 위해서다. 신영석은 “땀이 나면 (미세하게 느낌이 달라져) ‘이게’ 뜻대로 절대 가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 3일 우리카드-OK저축은행의 1세트. 19-19의 초접전 상황에서 22-22 동점으로 가기까지 코트의 양 팀 선수들은 거의 서 있기만 했는데 점수가 올라갔다. 이 사이 양 팀에서 ‘이것’을 무려 5개나 실패한 탓이었다.

과거에 ‘이것’은 ‘서비스’로 불렸다. 어감에서 묻어나듯 상대팀에 공격권을 넘겨주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것’은 ‘서브’다. 서브는 배구의 첫 번째 공격이어야 한다. 그렇게 리시브를 흔들지 않으면 현대배구의 흐름에서 상대팀 세터의 토스를 블로커 라인이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강한 서브를 꽂으려다가 나오는 실수에 감독들은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서브 에이스도 1점이지만 서브 범실도 명백한 1점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서브 실수는 곧 실점이고, 실점이 많은 팀이 패하는 것이 배구다.

그동안 V리그는 서브를 잘 넣은 측면을 강조하는 통계가 부각됐다. 그러나 어쩌면 이에 못지않은 가치는 ‘서브를 얼마나 실수했느냐’에 숨어있을 수 있다.



● OK저축은행과 GS칼텍스의 동병상련

서브 범실은 공개된 자료가 아니다. KOVO에 의뢰해 4일까지 각 팀의 서브 범실을 합산해봤는데, 남자부 7개팀은 20경기씩 치른 동일한 조건이었다. 그 결과 서브 범실 1위는 최하위 OK저축은행이었다. 유일하게 300점 이상(311개)을 서브 실수로 헌납한 팀이었다. OK저축은행의 더 큰 문제는 서브 범실 톱10 선수에 9위(송희채), 10위(한상길)를 제외하면 없다는 점이다. 즉 서브 실수가 특정선수에 쏠려있지 않으니 어디서 실점이 나올지 종잡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OK저축은행이 흐름을 좀처럼 타지 못하는 숨은 이유일 수 있다. OK저축은행 선수 중 서브에이스 톱10 안에 송희채(7위·19점)가 들어있을 뿐이다. 어쩌면 OK저축은행의 몰락은 지난 두 시즌 우승을 떠받친 ‘몬스터 외인’ 시몬의 이탈이 결정적이겠지만 서브라는 시작부터 안 된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여자부에서도 하위권인 5위 GS칼텍스와 6위 도로공사가 서브 범실 숫자에서는 1위(127개)와 2위(111개)로 나타났다. GS칼텍스는 범실 1위 이소영(31)을 비롯해 황민경(19개), 알렉사(17개)까지 3명이 불명예 톱10에 포함됐다. 블로킹 톱10에 1명도 없을 정도로 센터라인이 취약해 공격적 서브를 넣어야 풀어갈 수 있는 GS칼텍스의 고충이 읽힌다. 실제 여자부 서브 전체 1위는 GS칼텍스 한송이(18점)다. 그러나 사이드공격수 3인이 실수에 비해 서브득점이 떨어지는 것은 난제다.

삼성화재 타이스. 사진제공|KOVO



● 삼성화재, 타이스 서브 스타일을 어떻게 결정할까?

삼성화재 타이스는 공격력에서는 V리그의 지존이다. 그러나 서브는 ‘쥐약’이다. 4일까지 무려 104개의 범실이 나왔다. 전체 1위다. 대한항공 가스파리니는 101개의 범실을 저질렀지만 서브에이스가 49점으로 전체 1위다. 반면 타이스의 서브득점은 26점이다. 이쯤 되면 비효율이 심각하다. 삼성화재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기에 스파이크 서브와 플로터 서브를 섞게 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원래 타이스는 네덜란드에서 플로터 서브를 넣었다고 한다. V리그에 와서 스파이크 서브를 집중 연마했는데 연습 땐 잘 들어간다. 심리적 요인 탓인지 경기에 들어가면 실수가 연발된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도 “서브만 잘 들어가면 더 바랄 게 없는데…”라고 아쉬움에 말을 흐린다. 임 감독은 타이스의 스파이크 서브에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의외로 플로터 서브로 재미를 봤다. 타이스의 서브 스타일을 어떻게 정할지는 삼성화재의 중대한 선택일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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