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카운트다운, ‘뉴욕 타임스퀘어 새해맞이’ 벤치마킹

입력 2017-01-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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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0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SK의 ‘송구영신 매치’는 국내 최초로 프로경기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파격 행사였다. 맞대결을 펼친 양 팀은 물론 많은 남자프로농구 구성원들의 적극적 도움에 힘입어 이날 경기는 만원관중 속에 대성공을 거뒀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세계 최초 시도’ 특별했던 의미

오리온-SK, 주관방송사 발빠르게 조율
대형 풍선·공연 등 손색 없는 새해맞이
폭발적 흥행·신개념 매치 정착 큰 의미


지난달 31일 벌어진 오리온-SK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경기는 숱한 화제를 모았다. 매우 이례적으로 오후 10시에 경기를 시작해 양 구단 관계자과 선수단 및 그 가족뿐 아니라 많은 팬들이 고양체육관에서 정유년 새해를 맞았다. 심야시간경기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도였다. 더욱이 프로스포츠 경기장에서 새해맞이 행사가 펼쳐진 것도 매우 특별했다. 경기장은 만원관중으로 꽉 들어찼고, 색다른 시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국내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이 이 경기를 주시했다. 언론의 관심도 무척 뜨거웠다. 획기적 기획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남자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 구성원들 사이에선 매년 12월 31일 오후 10시 경기를 ‘송구영신 매치’로 고정·편성하자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이에 종목을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팬들이 주목하는 스페셜 매치와 이벤트들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전 세계적으로 프로스포츠에선 다양한 형태의 스페셜 매치가 펼쳐지지만,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0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오리온-SK의 ‘송구영신 매치’는 특별함, 그 자체였다. 프로경기장에서 새해맞이 이벤트가 진행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시도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경기였다.


● KBL 구성원들의 합작품

오리온은 가장 먼저 상대팀인 SK에 오후 10시 경기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상대팀의 동의 없이 경기시간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었다. SK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OK’ 사인을 보내면서 빠르게 일이 진척됐고, KBL도 경기시간 변경을 승인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KBL 주관방송사와의 협의도 필수였다. 해당 경기뿐 아니라, 이어지는 새해맞이 행사까지 TV 화면에 고스란히 전달돼야 했다. MBC스포츠플러스도 오후 10시 경기를 반겼다는 후문이다. 이후 오리온과 KBL, MBC스포츠플러스가 성공적인 ‘송구영신 매치’를 위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리온과 SK 외의 다른 팀들도 이 경기를 위해 경품을 협찬하는 등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SK의 협조가 절대적이었고, 다른 구단들도 많이 도움을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그래서 새해맞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오리온만의 행사가 아닌, KBL 위한 이벤트로 꾸렸다. 오리온의 색깔을 많이 배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퀘어 새해맞이 장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타임스퀘어 새해맞이 행사 벤치마킹

경기시간 변경을 확정한 뒤 오리온이 가장 고민한 것은 행사 내용이었다. 스포츠경기들 중에선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사례가 마땅치 않았다. 오리온은 새해맞이 행사 중 엄청난 인지도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해맞이 이벤트를 참고했다. 그들이 하는 행사들을 꼼꼼히 살펴 체육관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분류하고, 이벤트 회사와 협의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들 중 하나가 전광판으로 카운트다운을 실시하는 동시에 농구공 모양의 대형풍선을 띄우며 꽃가루를 공중에서 날리게 하는 이벤트였다. 새해라는 상징성을 살려 사물놀이 공연을 마련했고, 초대가수의 공연도 곁들였다.

몇몇 이벤트에 대해선 팬들의 호불호가 갈렸지만, ‘전체적으로는 훌륭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첫 시도였고, 준비기간이 짧아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KBL의 모든 구성원이 많은 도움을 줘 성공적으로 경기와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유무형의 이득 불러온 ‘송구영신 매치’

경기와 행사를 직접 준비한 오리온은 그 효과에 적지 않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1층과 2층 티켓 총 2400장이 매진됐다. 3층 3200석 정도만 남았다. 오리온은 3층 좌석도 예매로 돌릴까 고민했지만, 현장 판매분으로 남기기로 했다. 경기 당일 입장권을 구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결국 경기가 시작될 때쯤 매진됐다. 이날 오리온의 입장수입은 평소보다 30% 가량 많았다.

물론 이 같은 열기가 수익으로만 연결된 것은 아니다. 오리온이 ‘송구영신 매치’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평소 한 경기를 치르는 금액보다 2.5배 정도 늘어났다. 경기와 이벤트를 포함해 1박2일에 걸쳐 행사가 진행된 만큼 인건비도 2배로 들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구단이 금전적으로 많은 이득을 본 것은 아니지만, 유무형의 효과는 대박이었다. 특히 이런 스페셜 매치가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가장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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