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물었다 “하느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입력 2017-01-06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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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이 깔깔할 것 같은 연극 한 편이 대학로 무대에 올려진다.

연극 하느님의 나라.

제목만 봐서는 종교극이 아닐까 의심이 가지만, 아니다.

연극 하느님의 나라는 장애인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 연극은 장애인의 삶을 소재로 한 여타의 작품들과는 사뭇 궤를 달리 한다.

뭐가 다르냐고?

기대를 했든 안 했든, 연극 하느님의 나라에서 당신은 결코 눈물과 신파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대신 공동체 안에서 웃고, 울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작품의 배경은 <항아리 공동생활 가정>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중증장애인들의 보금자리이다.

이 공동생활가정의 시설장은 박인수 신부.

박 신부는 책임감을 갖고 중증장애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한편 이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보금자리는 항상 위험하다.

권동찬은 시인의 감수성을 지닌 젊은 뇌병변 장애인이다.

권동찬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재활지도교사 김은혜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다. 권동찬은 김은혜를 마치 엄마처럼 따른다. 그의 사랑 또한 불안하기만 하다.

황진성과 엄미숙은 결혼을 앞둔 전도사 커플이다.

부부가 되기 전 주님의 사역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과 신앙은 알 수 없는 불편함에 휘말려 점점 흔들리게 된다.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사는 게 다를 게 뭔가.

사랑과 욕망이 얽히고 설키며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게 되고, 결국 보금자리에도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황대현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배우출신 작가답게 배우들이 무대에서 빛을 낼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살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연말에 한국예술가평론가협의회로부터 <주목할 예술가>로 상을 받은 뮤지컬 배우 배준성이 박인수 신부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김원세 역의 이도협도 믿고 보는 대표적인 배우다.

고혜란 권동렬 강현식 박상욱 성동한 윤주희 한상돈 신현일 등이 출연한다.

연극 하느님의 나라는 1월1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위로홀에서 막을 올린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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