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서진 “언니와의 분리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입력 2017-01-06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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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스스로 내려놓고 맨 손으로 시작하는 것은 원래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누가 봐도 자신의 행보에 도움이 될 요소를 일부러 떼어놓는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제작: 수필름│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감독: 홍지영)에서 연아 역을 맡은 배우 채서진도 본인에게 원래 주어진 이점을 이용하기 보다 차근차근 자신의 앞길을 열어왔다. 그가 내려놓은 것은 ‘김옥빈의 동생’이라는 꽤 유리한 타이틀이었다.

“언니(김옥빈)의 존재는 저에게 있어 정말 자부심이에요. 늘 든든하고 자랑스럽죠. 하지만 제가 배우로서 활동하는데 있어 대중들이 언니와 저를 따로 봐주길 바랐어요. 약간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채서진이라는 활동명을 가지고 시작했죠.”

그는 이후에도 ‘연예인 가족’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언니의 후광으로 반짝 빛을 내는 것보다 오래도록 배우로서 연기를 할 수 있길 원했기 때문일 것 이다. 그래서일까. 채서진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교칙상 외부활동을 할 수 없었던 2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연기에 가장 충실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에 오로지 연기 공부만 하고 작품도 정말 많이 봤어요. 저도 학교에서 찍는 단편 영화를 통해 경험을 많이 쌓았죠. 어떤 역할까지 해봤냐면 단편 영화에서 ‘놀래미’ 역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돌이켜 보면 단편에서 장편으로 그리고 우연히 영화제에서 홍지영 감독님을 뵙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하게 된 거에요. 아마 그동안 제가 경험한 것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마치 본인의 말투처럼 느릿느릿, 진중하게 자신의 길을 걸은 채서진은 현재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그는 “첫 상업영화여서 굉장히 책임감을 느꼈다. 친구들로부터 ‘성격이 변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윤석 선배와 (변)요한 오빠 사이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영광이었죠. 그리고 연아라는 캐릭터 자체고 감독님이 제인 구달을 참조해 만든 캐릭터라서 굉장히 멋있어요. 엄마가 실제 1980년대에 들고 다녔던 소품이나 의상 등을 가져가 보기도 하고 옛날 사진첩을 뒤져보는 등 그 때의 감성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몰입의 결과로 채서진은 영화 속 연아를 극적으로 체화시켰다. 젊은 시절 수현(변요한)이 마음에 품은 마지막 사랑으로서 그는 청순하면서도 당당한 신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관객에게 어필했다. 올 한해 눈부신 도약을 기대해 볼만 하다.

“이번에 영화를 촬영하면서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연기를 훨씬 잘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것 같아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스스로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앞으로도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들겠죠? 나이가 들더라도 삶의 주관은 뚜렷하게 서 있지만 사고는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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