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플 피플] 20년차 역대 최고령 포수 조인성의 도전

입력 2017-0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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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조인성은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된다. 프로 20년차에 역대 최고령 포수 기록을 써가고 있는 조인성은 올해 5월에 태어날 첫 아기를 생각하며 미트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세월이 금세 지나가는 것 같다.”

한화 포수 조인성(42)은 역대 최고령 포수 기록을 조용히 써내려가고 있다. 삼성에서 은퇴한 진갑용이 만 41세27일에 마지막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에 앉은 것이 종전 기록이었는데, 1975년 5월25일생인 조인성은 지난해 이미 이를 넘어섰다. 또한 올 시즌 전 포지션을 통틀어 KIA 최영필(43)에 이어 현역 최고령 서열 2위에 자리 잡고 있다. 2000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프로 20년차 베테랑은 “이제 한 해, 한 해가 벼랑 끝이라는 심정으로 준비하고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팀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은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화 조인성. 스포츠동아DB



● 프로 20년차 최고령 포수

조인성은 1998년 연세대 졸업 뒤 LG에 입단했으니 올해 프로 20년째다. 누구보다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 거기에 대졸 선수. 도전과 응전의 시간으로 점철된 20년간 그는 적자생존의 정글인 프로에서 살아남았다. 그 기나긴 세월을 싸우고 버텨낸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KBO리그에서 20년 이상 포수로 활동한 선수는 고졸로 프로에 데뷔한 박경완(23년·1991~2013년)과 대졸 김동수(20년·1990~2009년)가 전부였다.

지난해까지 조인성은 1932경기 출장했다. 올해 68경기에 나서면 2000경기 출장 기록을 돌파한다. 역대로 주 포지션이 포수인 선수가 2000경기를 넘어선 것도 박경완(2043경기)과 김동수(2039경기) 2명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인성은 “20년차 포수는 빛나는 훈장이어서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부담감과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면서 “거꾸로 보면 지난 19년간 난 해놓은 게 없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화려한 선수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2000경기 출장에 대한 욕심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000경기 외에는 이제 개인 기록에 욕심을 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1군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포수, 그저 후배들이 나를 보며 ‘나이 먹어도 포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모범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 조인성. 스포츠동아DB



● 힘은 아직 자신 있다! 순발력이 관건

조인성은 한때 ‘금강불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무협소설에서 나온 말로, 금강석과 같은 단단한 신체에다 타고난 유연성으로 좀처럼 다치지 않는 선수라는 의미였다. 그랬던 그도 세월의 풍화작용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2015년부터 이곳저곳 찾아오는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2015년엔 시범경기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고, 지난해 4월 초엔 경기 도중 왼쪽 종아리 근육이 부분 파열되면서 전열에서 이탈했다. 부상 여파가 컸다. 지난해 성적은 데뷔 후 최악. 76경기에 나섰지만 포수로는 333.2이닝을 소화했을 뿐이었고, 146타석에 그치며 타율도 처음으로 1할대(0.168)로 떨어졌다. 도루저지율도 0.289에 그쳤다.

조인성은 “지난해 (김성근) 감독님과 타격이든, 수비든, 벤치에서든 최소 팀에 20승은 기여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훨씬 못 미쳤던 것 같다. 팬들에게 질책도 많이 받았다”고 반성하면서 “나이도 있는데, 작년에 몸이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1군에 올라와 욕심을 부린 것이 더 화근이 됐던 것 같다. 올해는 20승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개인훈련을 했고, 10일에 사이판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조인성은 “아직 힘만큼은 자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순발력이 중요하다. 순발력 강화에 힘쓰려고 한다”면서 “여기저기서 ‘한화 포수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차일목 허도환 등 후배들과 힘을 합쳐 이런 평가를 뒤집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로서는 올 시즌을 벼르는 이유가 또 있다. 아내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이면 첫 아이(아들)가 태어난다. 어렵게 가진 아기다. 우리 나이로 마흔세 살에 늦깎이 아빠가 되는 그는 “이 나이에 아빠가 된다니 더 큰 책임감이 밀려온다. 나에겐 아이가 또 다른 큰 에너지가 되고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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