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가요계 여기저기서 나온다. 대중의 소비취향이나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보여주지도 못할 뿐더러 팬덤의 크기로 순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어느 음악사이트를 보더라도 아이돌 스타나 인기 방송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노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 팬들끼리 서로 상대방 가수의 노래를 스트리밍하며 ‘상부상조’한다. 사실상 순위 왜곡이다.
실시간 차트 100위권에 한 번 자리 잡은 곡은 순위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팬들이 ‘의무감’에 스트리밍하고, 일반 이용자는 차트에 오른 100곡을 ‘전체듣기’로 설정해 배경음악처럼 흘려듣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어떤 곡이 새로 나왔는지 알기 어렵고, 순위권 노래를 ‘인기곡’ ‘좋은 노래’로 인식한다. 팬덤이 없는 가수, 경력이 많은 가수는 끼어들 자리가 없어진다. 순위에 한 번 오르면 ‘순항’하는 현상 탓에 사재기가 시도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시간 차트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기는커녕 공급이 소비를 좌우하는 형국이 됐다.
소수 팬덤에 좌우되는 실시간 차트는 장르의 다변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르별 차트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나마 능동적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 빌보드 핫100처럼 실질적으로 다양한 대중의 취향과 선호도를 반영하는 차트가 필요하다. 음원 소비, 라디오 방송 횟수, SNS 언급량 등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취합해 순위를 매긴다면 음악시장의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권위의 차트가 만들어질 것이다.
음악사이트의 불합리한 제도로 꼽혔던 ‘추천제’는 멜론을 제외하고 모든 음악사이트가 2015년 폐지했다. 당시 이를 주도했던 안석준 전 CJ E&M 음악사업 부문 대표는 실시간 차트 폐지도 주장했다. 누군가 다시 나서야 한다.
엔터테인먼트부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