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남기일 감독. 스포츠동아DB
남 감독, “배고파하는 선수들 보며 부끄러웠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2017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을 대비한 동계전지훈련이 이어지는 전남 광양의 한 호텔에서 만난 광주FC 남기일(43) 감독의 회고다.
지난시즌 종료 후 해외전지훈련지 점검을 위해 포르투갈을 다녀온 뒤 3일부터 강화훈련을 시작한 남 감독은 영입 및 신인선발 등으로 새롭게 광주에 합류한 식구들과 처음 대면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간절함으로, 또 절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에서 정착에 실패한 뒤 광주로 쫓기듯 내려온 미드필더 이우혁(24)과 수비수 이한도(23),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공격수 정영총(25)은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다. 여기서 반드시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겠다”고 입을 모았다.
신예 나상호(21) 역시 애절했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팀 골잡이 황희찬(21·잘츠부르크)보다 기량이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그는 프로에서의 늦은 출발인 만큼 의지도 다부졌다. 남 감독이 선수단 상견례에서 “올 시즌 네 목표가 뭐냐”고 물었을 때 당당히 “K리그 영 플레이어상을 받겠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순간, 남 감독은 스스로에 채찍을 휘둘렀다. 가슴을 치며 자신의 짧은 생각을 원망했다. 입밖에 내뱉진 않았지만 좀더 출중한 경력의 선수를 찾으려 한 탓이다. 짧은 미팅은 대단히 유익했다. 초심을 되찾은 시간이었다. 시민구단 광주는 화려한 적이 없다. 변변한 스타들도 없었다. 멤버 대부분이 배고팠지만 열정만큼은 최고였다. 당연히 끈끈했다. 언제 어디서나 똘똘 뭉쳤다. 팀은 개인보다 위대하다는 걸 결과로 증명했다. 어쩌면 사실상 유일한 스타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베테랑 골잡이 정조국(33·강원FC)조차 지난시즌을 앞두고 영입했을 땐 ‘전성기가 한참 지난’ 평범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남 감독은 “결국 우리의 무기는 팀이다. 배고프고 간절하고 절절할 때 가장 큰 힘이 나타났다. 강등됐다가 다시 승격했을 때의 마음을 되찾은 듯 했다. 잠자던 날 다시 일깨워준 제자들이 고맙다”고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