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이라면 으레 ‘신비주의’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적어도 조인성에게는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노련하면서 영리한 그는 대중친화적인 스타로 통한다.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20대엔 강한연기 해야 진짜 배우인 줄
지금은 얼굴이 부각되는 건 원치 않아
영화를 알리기 위해 마주앉은 배우들은 대개 작품에 관해서만 얘기하길 바란다. 하지만 간혹 가치관과 일상의 모습, 자신을 둘러싼 불편한 평가에 정면으로 맞서는 배우도 있다. 친근함과 노련함을 넘어선 영리함을 지녀야 가능하다. 18일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 개봉과 함께 만난 조인성(36)이 그렇다.
‘더 킹’이 어느 정도 흥행하면 아마 조인성은 ‘절친’인 연기자 김기방으로부터 ‘뺨’을 맞을 지도 모른다. 사연은 이렇다. 9년 만에 주연한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한 조인성에게 김기방은 “느낌이 좋다, 잘 될 거야”라고 응원했다. 큰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남자들의 대화가 그렇듯, 조인성은 “네 느낌과 영화 흥행수치가 어떤 상관관계냐”고 되물었다. 이에 지지 않는 김기방은 “흥행하면 나한테 뺨 맞을 각오하라”고 맞섰다.
소문난 단짝친구의 옥신각신 대화의 ‘결론’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권력을 탐하는 검사들의 이야기인 ‘더 킹’의 흥행 조짐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조인성은 “흥행만 한다면야 양쪽 뺨을 내주겠다”며 웃었다.
조인성은 합리적인 대화법을 구사했다. 답이 하나일 경우 이면까지 덧붙여 설명하는 식이다. 번호를 매겨 답하기도 했다. 그에게 ‘더 킹’ 출연을 망설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첫째, 이 정도는 영화로 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외압? 겪지도, 실체를 본 적도 없으니 난 용감했다. 부담은 다른 쪽에서 왔다. 내 몫만 하기엔 분량이 너무 많았다. 앞서 출연한 ‘비열한 거리’, ‘쌍화점’도 그랬다. ‘난 왜 분량 많은 영화에 끌리지’, ‘하이 리스크는 하이 리턴이잖아’, 별별 생각이 들었다.”
조인성은 20대와 지금을 자주 구분하기도 했다.
“20대 땐 노출하고 강한 연기를 해야 진짜 배우가 되는 줄 알았다. 내 모습을 다 보지 않았나. 과한 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땐 외모를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도 했다.
“잘 생기면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 무지한 때도 있었지만 연기를 시작하고는 얼굴이 부각되는 걸 원치 않았다. 지금도 나에게 ‘잘생김’이란 표현은 그저 먹지 못하는 김처럼, 빛 좋은 개살구 같다. 하하!”
배우 조인성.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 고현정∼차태현…조인성의 사람들
조인성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차)태현 형과 (고)현정이 누나”라고 주저 없이 꼽았다. 자신을 나무라 치면 두 배우는 “흙과 태양 같다”고 했다.
“형과 누나의 카리스마가 너무 달라서 다른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태현이 형은 결혼에 관한 조언도 하는데, 마흔살은 넘기지 않으려 한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이상형’을 물었다.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 답이 돌아왔다.
“이럴 줄 알고 식상하지 않은 말로 정리해둔 표현이 있다. 은은한 여성이다. 하하!”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와는 ‘패밀리’로 불린다. 만날 때 밥값, 술값 계산은 전부 조인성의 몫. 연장자가 계산하는 건 이들 모임의 “불문율”이라고 했다.
18년 동안 활동하면서 큰 부침을 겪지 않은 것은 자랑이다. 비결을 물었다.
“첫째, 별 일을 만들지 않는다. 둘째, 일만큼 일상생활도 중요하게 여긴다. 나의 하루? 아침식사는 꼭 아버지, 동생과 함께 먹는다. 그리곤 헬스클럽 가서 운동하고 근처 동산 한 바퀴 돌면 반나절이 지난다. 운동 했으니 뭐 하겠나. 술친구 찾아 술 한 잔 하면 또 다음날이다. 하하!”
술친구를 찾지 못한 날은 혼자서 못 본 TV프로그램을 몰아본다.
“요즘 ‘미운 우리 새끼’를 챙겨본다. 김건모 선배님의 어머님이 정말 멋지시다. ‘응답하라 1988’을 얼마 전 봤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끝나고 꼭 소주 한 잔 하고 잤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