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 동아닷컴DB
싸이도 결혼 전 ‘연예인’으로 프러포즈
비가 15일 발표한 ‘최고의 선물’이 김태희를 향한 프러포즈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로맨틱한 면모가 회자되고 있다. 3년 만에 내놓은 신곡이 상업적 의도가 없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곡이란 사실에 ‘로맨티시스트가 따로 없다’는 이야기다. 후렴구에 ‘큰 기쁨’이란 가사를 ‘태희’란 이름 두 글자로 풀어낸 점은 김태희를 향한 비의 무한애정을 엿보게 한다. 김태희는 ‘클 태(泰)’, ‘바랄 희(希)’를 쓰지만 ‘희’를 발음이 같은 ‘기쁠 희(喜)’로 변환해 ‘큰 기쁨’으로 녹여냈다. 비는 이 노래로 공개 프러포즈하고 나흘 만에 결혼한다.
비의 프러포즈 뒤에는 싸이가 있었다. 싸이는 비의 의뢰를 받아 ‘최고의 선물’을 만들었다. 유건형과 공동작곡, 비와 공동작사했다. 비는 ‘김태희는 최고의 선물’이란 말을 모티브 삼아 후렴구 작사를 주도했다. 싸이는 노래의 얼개를 만들어 비의 로맨틱 프러포즈를 이끌었다.
돌아보면 이 같은 방식은 싸이가 먼저였다. 그는 2006년 7월24일 발표한 4집 타이틀곡 ‘연예인’으로 현재의 아내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하고 석 달 후인 10월14일 결혼했다. 발표 당시엔 아무도 몰랐지만, 싸이는 아내를 위해 ‘연예인’을 썼다. ‘연예인’은 천생 ‘딴따라’인 자신이 그 누구보다 아내를 평생 웃게 해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은 노래다. 싸이는 결혼식에서 ‘연예인’을 아내를 위해 부르기도 했다. ‘밤 생활’을 즐기는, 철부지 같아 보이던 싸이가 ‘순정남’이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는 이들도 많았다.
‘연예인’은 현재 ‘축가 시장’에서 히트 넘버로 꼽힌다. ‘최고의 선물’도 드라마틱한 사연으로 향후 또 하나의 히트 축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싸이는 두 프러포즈송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평소 깊은 우정을 나눠온 비와 싸이는 ‘최고의 선물’을 함께 작업하면서 결혼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에 임박해 깜짝 발표하려 했다가 한 월간지 보도로 계획이 어긋났던 경험이 있던 싸이는 비에게 이런저런 도움말을 줬다. 비는 2000 년대 이후 활동한 가수 중에서 ‘월드스타’란 수식어를 처음 얻었다. 한국인으로 할리우드 영화의 첫 주연을 맡기도 했다. 싸이는 2013 년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의 진가를 과시한 인물이다. 여러 모로 닮은 구석이 많은 두 사람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