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울라이츠, 자유분방한 즉흥연주 같은 밴드

입력 2017-01-24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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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MC엔터테인먼트

소울라이츠(정은선-보컬, 정재훈-베이스, 김두현-드럼, 손창학-건반)는 재즈를 떠올리게 밴드다. - 본인들은 R&B 소울 밴드라고 했지만 - 전반적으로 재지(Jazzy)한 사운드도 그렇고, 서울의 밤을 변형해 만든 소울라이츠라는 밴드명도 그렇고, 무엇보다 네 명의 멤버가 만들어내는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팀 분위기가 참 재즈스러운 밴드이다.

지난 10일 발매한 네 번째 미니앨범 ‘cloud(클라우드)’의 발매와 맞물려 진행한 인터뷰는 이런 소울라이츠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일단 이날 대화의 첫 주제는 역시 새 앨범 ‘cloud’에 대한 것이었다.

손창학은 “이번 앨범은 다양한 곡들로 채워졌고, 관계의 어려움을 주제로 하는 각기 다른 소재를 다룬 앨범이다. 작년 봄부터 작업했는데 1년 가까이 작업을 했다. 다른 앨범 낼 때도 좀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이번 앨범은 더)작업시간이 오래 걸렸다”라고 말했다.

오랜 작업시간만큼 앨범의 완성도에는 소울라이츠 스스로 자신감이 있었다. 손창학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음악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허물어’는 14인조 스트링이 녹음에 참여했고, ‘알아들어요’는 브라스 세션이 있다. 믹스 마스터링도 최고로 손꼽히는 분들에게 의뢰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가 발매한)앨범을 통틀어서 가장 투자를 많이 했다”라고 자부했다.

물론 그만큼 투자비용이 많이 들긴 했다. 김두현은 “아직까지 적자일거다”라며 웃었고, 손창학과 정은선은 “앞으로 수익을 많이 창출해서 더 적극 투자를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소울라이츠가 이런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했던 데에는 YMC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는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YMC엔터테인먼트의 소속으로 장점을 묻자 손창학은 “장단점보다, 소속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회사가 있으면 서포트를 받는 느낌이 좋다. 단점은 딱히 없었던 거 같다. 소울라이츠 음악을 좋아해준 분이 걱정한 게 음악적 색이 바뀌거나 상업적 음악을 추구하는 거 인데, 회사에서는 전혀 터치를 안 한다. 음악 외적인 부분에 서포트를 해서 딱히 단점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요청을 하면, 홍보나 마케팅이나 그동안 우리 힘으로 하지 못했던 그런 것들에 있어서 많이 도움을 준다. 방송이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지 않을까싶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소울라이츠는 이번 앨범을 발매하고 오랜만에 방송 출연 계획이 잡혀있는 상태다.

손창학은 “많이 잡혀있는 건 아닌데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다. ‘열린음악회’가 잡혀있고, 얼마전에 ‘컬투쇼’도 녹화했다”라고 말했다.

또 김두현은 “방송에 마지막으로 나간 게 예전에 2012년 ‘슈퍼스타K’ 시즌4였다”라며 “여기와 관련해 말해두고 싶은 게, 우리가 ‘슈퍼스타K 4’에 나갈 때만 다른 보컬이 들어왔는데, 처음 나간 방송이다 보니까 지금 보컬이 바뀐 걸로 알더라. 원래 보컬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그 원래 보컬이 지금 보컬이다”라고 방송 관련 에피소드를 밝혔다.

손창학도 “라이브 음원 하나만 다른 보컬이고, 스튜디오 앨범도 전부 다 정은선이 했다. ‘슈퍼스타K’ 때문에 오해가 깊어진 거 같다”라고 보컬이 바뀐 게 아니란 걸 강조했다.

졸지에 오해의 주인공이 된 정은선은 “내가 창법을 계속 바꾸는데, ‘전에 보컬이 더 좋다’, ‘또 보컬이 바뀌었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 그게 아니다. 다 나다”라고 예전에도 지금도 다 자신이 소울라이츠의 보컬임을 알렸다.

오해의 시발점이 된 잠깐의 외도의 이유를 묻자 정은선은 “방송 출연 얘기를 하는데 내가 그냥 밴드할 때도 사진 찍고 그러면 공포감이 있다. 그때는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과, 내 이런 성향 때문에 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고, 환경적인 부분도 있고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지금 방송이나 뭐든 열심히 하려는 건, 밴드를 계속하려면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어야한다는 걸 깨닫고 이걸 언제까지 피할 순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지금은 마음을 다잡은 상태임을 밝혔다.

어쨌든 방송 출연을 통해 음악적으로 많은 걸 보여줄 소울라이츠이지만, 여기에 더해 독특한 예능감과 캐릭터성도 눈여겨볼만하다.

실제 김두현은 “우린 서로 놀리고 조롱하는 밴드다”라고 말할 정도로 멤버들 간에 스스럼없는 대화와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례로 손창학이 “우리 이름이 서울나이츠에서 온 거다. 그래서 서울의 야경이 어울리는 밴드가 되고 싶다. 나는 야경을 보면 가슴이 뛴다. 배경화면을 야경으로 해놓을 때가 많다. 높은 데서 밤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 각 도시의 밤 풍경을 보는 걸 좋아한다. 서울을 모르는 사람에게 서울의 야경을 이미지하는 밴드로 남고 싶다”라고 말하자 김두현과 정재훈은 “야경 패티쉬다. 광화문 촛불시위도 좋다”라고 농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정은선은 “(멤버들의)캐릭터가 있다”라고 말했고, 김두현은 “일단 손창학 형은 보살같은 이미지다. 우리가 농담으로 죽으면 사리가 3개가 나올 거 같다고 한다. 근데 그중에서도 아마 재훈이 거가 제일 클 거다”라고 손창학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어 김두현은 “은서 누나와 재훈이는 방망이 깎는 노인 이미지다. 음악 테크닉을 연마하는 걸 좋아한다”라고 말했지만 정은서는 “나는 (테크닉 연마를)좋아하지 않는다. 부르는 걸 재미있어 할 뿐이다. 그냥 음악 덕후다”라고 반박했다.

그래서 다시 결론을 내린 정은서의 캐릭터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었다. 증언에 따르면 정은서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고, 실제 이날도 정은서는 인스타그램의 이용방법을 멤버들에게 하나하나 물어보기도 했다.

손창학은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서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다. 인간적이다”라고 정은서를 표현했다. (여담으로, 정은서는 아날로그 캐릭터도 자신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재훈은 스스로를 4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을 하면서 덕후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자마다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생각한다. 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나는 성격이 독특해서, 좀 4차원이다 멍할 때도 많다. 인터뷰하다가도 뭐 하나에 빠지면 혼자 생각이 딴 데 갈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은서와 손창학은 “처음에 정재훈은 딴 행성에서 온 줄 알았다. 지금은 지구인화가 좀 됐다. 몰입을 잘하는데 자기만의 세상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두현은 다양한 취미생활과 경험을 중시하는 캐릭터이다. 지난해 택시기사 아르바이트를 할정도로 운전과 차를 좋아한다는 김두현은 “뉘른베르크 서킷에서 운전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부업으로 하는 일 중에 독일 출장이 있었다. 거기서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거기서 일주일 머물면서 매일 서킷에서 운전을 하고 다녔다”라고 색다른 경험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멤버들의 이런 캐릭터성은 음악에도 영향을 준다. 손창학은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 이런 게 묻어난다. 크게 범주 안에서 큰 그림으로 완성하려는 측면이 있고, 베이스나 보컬은 녹음도 되게 여러 번하고, 나는 괜찮은데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하고 그런다. 베이스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한다”라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은 “녹음을 할 때 드럼이 먼저하고 베이스를 다음에 하는데, 드럼이 튜닝하고 하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시간이 촉박하더라. 어느 순간부터 준비를 해가면 시간이 줄지 않을까 싶었다. 디테일하건 아니고 베이스 라인을 구상해간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진=YMC엔터테인먼트


이런 독특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성으로 그려가는 소울라이츠의 큰 그림은 어떤 것일까.

손창학은 “소울라이츠의 방향성이,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게 아니라서, 음악을 잘하는 밴드가 필요했다. 음악적으로 꿀리지 않는 그런 밴드가 만드는 게 목표였다. 요즘에는 음악적이 측면에서 경쟁을 하기보다 듣는 사람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이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소울라이츠도 거기에 초점을 맞춰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두현은 “미켈란젤로도 모든 걸 머리에서 완성해서 작업하기보다 작업하면서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자주 하는 말이 ‘거지같더라도 빨리하라’고 한다. 일단 만들고 보완해가다보면 결국 멋진 그림이 되더라. 당장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거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해나가면 될 거 같다”라고 조금씩 완성해 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소울라이츠의 2017년은 중요하다. 그동안 여백으로 남겨뒀던 큰 그림의 일부를 그려나가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창학은 “그동안 소울라이츠는 활동이나 음반을 많이 못 냈는데 올해는 음원도 많이 내고 공연도 자주 하려 한다. 우리가 공연을 많이 안 해서, 팬들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공연도 자주하고 음원도 자주내서 많이 찾아뵈려고 한다. 가급적 계절마다 한곡씩 들려주려고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두현은 “우리가 처음 모인 게 2007년이다. 그렇다보니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올해는 더 많은 활동과 소식들로 찾아 뵙고 싶다”고 말했고, 정은선은 “결성 10주년인데, 아쉽기도 하고 여기까지 해온 게 나름 대견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더 풀파워로 전력을 쏟아서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또 그다음은 결과물적인 것보다 하얗게 불태웠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정재훈은 “나도 같은 마음이다. 금년에는 앨범도 많이 내고, 공연도 자주 해서 되게 바쁘고 힘들지만 여러분에게 다가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보다 자주 소울라이츠를 만날 수 있을 것을 약속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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