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포트] 대표팀 ‘뉴 캡틴’ 김재호가 본 WBC 성공조건

입력 2017-02-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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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김재호.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선발투수가 얼마나 끌어주느냐가 관건이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주장은 김재호(32·두산)다. 2년 연속(2015~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과 대표팀에서 모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더구나 여기저기서 이번 대표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 그에 따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본인도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대표팀 전지훈련 첫날인 13일(한국시간)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솔선수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마운드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지금이 투수들에게 가장 민감한 시기다”며 “이미 불펜피칭을 한 선수들도 있다.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WBC 규정에 따라 연습해야겠지만, 대회에 맞춰 또 투구수를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을 제외한 12명의 투수 중 3명은 당장 실전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이시카와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LG 2군과 연습경기를 취소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오전훈련이 끝난 뒤 기자와 마주앉은 김재호는 “선발투수가 얼마나 잘 버텨주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WBC 대표팀 김재호.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WBC 성공 조건, 선발투수에 달렸다!

WBC의 투수교체 규정은 복잡하다. 던지고 싶은 만큼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발투수의 투구수는 1라운드 65개, 2라운드 80개, 준결승과 결승 95개로 제한된다. 그뿐만 아니라 50개 이상 투구 시 4일, 30~49개의 공을 던지거나 2일 연속투구 시 1일을 반드시 쉬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은 마운드 운용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가 “투수교체 타이밍이 관건”이라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재호가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유는 이에 따라 초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서다. 선발투수가 버텨주면, 야수들도 싸울 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김재호의 생각이다. 그는 “공격에는 기복이 있다”며 “2015년 프리미어12 때와 마찬가지로 선발투수가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중요하다. 초반에 무너지면 분위기가 한풀 꺾이고, 팀 전체에 부담이 가중된다. 반대로 선발투수가 잘 버티면서 초반 분위기를 잡는다면, 타자들도 좋은 기회를 만들어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WBC 대표팀 김재호. 오키나와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투수와 수비의 합이 맞아야 한다!

땅볼유도 능력이 뛰어난 투수들은 수비수 도움 없이는 장점이 발현되지 않는다. 수비의 도움 없이 승리하려면,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워야 한다. 김재호가 “투수와 수비의 합이 맞아야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나설 것이 유력한 김재호의 책임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확실히 해야 한다”며 “투수와 수비의 합이 맞아야 승리할 수 있는 조건도 성립된다. 불안한 수비는 투수와 타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비에 따라 팀의 능력치가 나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2년간 김재호에게 ‘주전 유격수’라는 타이틀은 우승을 보장하는 자리였다. 두산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에 힘을 보탰고, 프리미어12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뛰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에도 그 좋은 기운을 이어가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는 “부담은 없다. 언제 국제대회에서 주전 유격수를 해보겠나. 평생 한 번 오기도 힘든 기회인데, 부담을 가진다면 한심한 일이다. 프리미어12 때 실책을 저지른 것도 경험이자 추억이다. 그때는 부담이었지만, 이제는 즐기겠다”고 외쳤다.

오키나와(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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