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음원차트 개편안, 효과는 있었다

입력 2017-02-25 21:5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 각 음원 사이트 로고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개편안이 27일 0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개편안'이 으레 그렇듯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의견이 분분한 건 사실이지만, 벌써부터 마냥 무의미하다고 할 수 없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 시행 이후의 음원발매 전략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27일부터 시행되는 음원차트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야간에 공개되는 음원의 실시간 차트 반영 시간이 바뀌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낮12시부터 오후6시까지의 발매 음원만 즉시 차트에 반영이 되며, 이후 시간대에 발매되는 음원의 경우 다음 날 오후 1시부터 차트에 반영되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개편안의 취지는 유독 순위 상승을 위한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한 새벽 시간대를 피해 낮 시간대 발매로 유도, 대중과 팬들의 반응을 고루 살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많은 반발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그간 자정은 대형가수와 인기 아이돌 그룹이 선호하는 발매 시간대인 동시에, 팬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간대였다. 낮보다 일반 이용자 수가 적은 시간대이기에, 팬덤이 일제히 새벽 시간대를 공략해 차트 상위권 장악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에 아이돌 팬덤은 정상의 범주 안에서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임에도 아이돌 팬들을 차트 왜곡의 주범으로 몰고 가 차별하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경쟁을 부추기는 실시간차트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과 시간대만 바뀌었을 뿐 결국 하루만 지나면 개편하기 전과 달라질 게 없는 무의미한 개편안이라는 비판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또 이참에 공정한 방식으로 순위를 집계하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공인차트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실시간차트 폐지나 공인차트 설립은 모두 한 순간에 이뤄지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이번 개편안도 꼭 무의미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개편안이 공개된 이후 음원 발매와 관련한 몇몇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개편안의 숨은 핵심은 '자정 발매의 폐지'이다. 자정발매를 없애려는 이유는 일단 새벽시간대를 노린 사재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 할 수 있다는 점과 정오 발매 음원과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유통사들의 업무환경 등이 거론된다.

한 가요관계자는 "자정 발매도 어느 정도 소속사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개인 뮤지션이나 작고 영세한 회사는 자기 의사대로 발매 시간대를 고를 수 없다. 그러다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유통사의 업무 환경도 문제가 된걸로 안다. 자정에 음원이 발매되면 필연적으로 그 시간에 이를 관리할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없애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음원사이트의 자정발매 폐지는 이전에도 논의된 적이 있다. 2013년 음원유통사들은 음원발매시기를 모두 정오로 통일하기로 합의하고 초기에는 이를 지켜나가는 듯 했으나, 강제력이 없는 정오발매는 불과 몇개월도 가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또 2015년 음원사재기 의혹이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도 사재기를 유도할 수 있는 자정발매를 삼가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이는 제대로 시행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이처럼 그동안 자정발매 폐지는 그저 말뿐에 그쳤지만, 이번 개편안은 다르다. 차트의 시스템 자체를 변경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자정발매를 원천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트개편안에 맞춰 음워 발매시간을 변경한 구구단,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이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당초 27일 자정 새 정규앨범 발매예정이었던 러블리즈는 날짜를 하루 앞당겨 26일 오후 10시 음원 발매를 결정했으며, 28일 자정 미니앨범의 음원 공개예정이었던 구구단도 27일 오후 6시로 발매시간을 바꾸었다.

솔로 정규앨범을 준비 태연도 28일 자정에서 같은날 정오로 발매 시간을 변경했고, 3월 10일 컴백 예정인 비투비도 오후 6시로 발매시간을 옮겨 발표하는 등 순식간에 자정발매가 사라졌다.

즉, 적어도 이번 개편안은 자정발매를 없애고 더불어 자정발매가 야기한 일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개편안이 실시간 차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불문율처럼 굳어져있던 국내 음원 시장의 유통방식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봐야 당장 실시간 차트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그렇다면 지금은 개편안이 불러온 변화를 지켜보고 그 결과물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내야할 시기이다.

그렇게 하나씩 긍정적 변화가 이루어질 때 음원시장의 문제점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