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 공부의 힘! 한국형 거포로 진화

입력 2017-04-0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에반스. 스포츠동아DB

속칭 ‘야마가키’는 신문에서 절대 쓰면 안 되는 일본식 표현이지만 야구 현장에서는 여전히 입에 오르내리는 몇 안 되는 용어다. 영어식으로 ‘게스 히팅’이나 ‘노려치기’로 해석된다.

노려치기는 KBO리그와 미국야구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KBO리그에서는 노려치기의 달인들이 강타자로 장수한다. 삼성 이승엽(41), NC 이호준(41) 등이 노림수에 매우 능하다. 투수출신 타자나 포수들이 게스 히팅에 남다른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미국야구에서 노려치는 타자들은 많지 않다. 전력분석 시스템이 발달했지만 30개 구단이 격돌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들이 분석 자료를 몸으로 익히고 적용하기에는 맞대결 타석 자체가 많지 않다. 또 하나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들은 공 빠르기뿐 아니라 공 끝의 움직임이 워낙 현란해 공의 종료와 코스를 예측해 길목을 지키는 스윙의 효율이 떨어진다. 김현수(볼티모어)는 KBO리그에서부터 게스 히팅과 반대 점에 있던 타자다. 투구에 따른 순간적인 반응으로 공을 공략한다. 미국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추신수(텍사스)도 노려치기를 하지 않는다.

닉 에반스(31)는 2016년 KBO리그에 데뷔했다. 빅 리그에서 177경기를 뛴 경험이 있었지만 지난해 4월 18경기에서 타율 0.164 1홈런 OPS 0.543으로 부진했고, 곧 2군으로 떨어졌다. 에반스는 “미국과 KBO리그가 이렇게 큰 차이점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에반스는 두산 퓨처스 코치들에게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고, 곧 1군에 복귀해 맹타를 휘둘러 타율 0.308, 24홈런 OPS 0.975로 시즌을 마쳤다.

두산 에반스(오른쪽). 스포츠동아DB


에반스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KBO리그 투수들의 투구 영상 분석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시즌에는 전혀 모르는 상대와 승부했다면 올해는 다르다. 직접 타석에서 느꼈던 경험에 전력분석 자료, 투구 영상분석을 접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의 힘’은 개막 3연전부터 뿜어져 나왔다. 2일 잠실 한화전 1-3으로 뒤진 8회말 2사1루에서 터진 홈런은 장민재의 113km 느린 커브의 궤적을 정확히 노린 동점 2점 홈런이었다. 11회말 안영명을 상대로 터트린 극적인 4-4 동점 홈런은 초구 바깥쪽으로 흘러간 유인구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자 몸쪽을 택한 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마음껏 스윙해 담장을 넘겼다. 에반스는 “지금 이 느낌을 시즌 끝까지 이어 가겠다”고 했다.

에반스는 이미 쉼 없는 공부를 통해 한국 투수들의 투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춰 노려치기를 하고 있다. ‘그 느낌’이 많은 노력 끝에 얻은 선물이기에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