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연승보다 값진 소득…‘양파고 야구’의 본격가동

입력 2017-04-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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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4년차 LG 양상문 감독의 야구가 본격적인 순항궤도에 올랐다. 신뢰감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함과 동시에 적재적소에 자신만의 승부수를 던지는 양상문표 운영법이 빛을 보는 모습이다. 스포츠동아DB

LG가 시즌 초반 출발이 좋다. 단순히 연승을 달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쌍둥이군단 사령탑 양상문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가 그라운드 위에서 조금씩 발현되고 있는 까닭이다. 양 감독은 늘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잘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결정적 장면에서는 감독이 승부수를 던져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마저도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 사인과 작전을 수행해 줘야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100%로 뛰어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는 메시지 또한 선수들이 야구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내가 추구하는 리빌딩은 젊은 선수들을 쓰는 게 아닌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로 팀을 꾸리는 것”이라고 명확한 생각을 전달했다. 자신의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팀, 그게 양 감독이 원하는 LG 야구다.


● 주전-비주전? 모든 선수가 주전선수

1, 2군도 그렇지만 27명의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어도 주전과 비주전, 필승조와 패전조 등으로 나뉘는 게 야구다. 그 차이로 인해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나 양 감독은 전 선수의 주전화를 꿈꾸고 있다. 물론 베스트9은 있지만 주전과 비주전 구분이 없이 선발라인업은 상대전적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승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며, 긴 레이스를 대비하기 위한 컨디션 조절과 체력 안배 차원에서 선수기용을 결정한다는 게 양 감독의 방식이다.

양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는 올 시즌 초반부터 극명히 드러났다. 양 감독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개막 3연전에서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타선을 바꿨다. 3월 3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개막전에서는 왼손투수인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오른쪽 타자인 이형종을 리드오프로 내 결과를 도출했고, 1일과 2일에는 각각 오른손투수 션 오설리반과 사이드암 신재영을 무너뜨리기 위해 1번 김용의~2번 오지환~3번 박용택 등 좌타자들로 상위타선을 꾸렸다. 특히 2일에는 그동안 사이드암투수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 서상우를 선발 출장시켜 신재영을 저격하도록 했다.

LG 이형종-이천웅-서상우(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계산대로? 선수들이 최선 다해준다”

4일 홈구장으로 돌아와서는 삼성을 상대로 정공법을 사용했다. 상대 선발은 좌완 장원삼이었지만 지난해 1번타자로 활약한 좌타자 김용의를 리드오프로 출장시켰고, 투수에 따라 달라지는 포수(유강남·정상호)를 제외하고 베스트9 라인업을 가동했다. 경기 후반에는 선수들이 전면 교체됐다. 1군 엔트리에 등록돼 있던 16명의 야수 중 15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물론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까닭도 있지만 교체를 해주면서 체력 안배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유일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문선재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야구이기 때문에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선수들도 양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이날 경기도 이미 승부는 기운 상태였지만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끈기를 보였다.

양 감독은 경기 후 창단 첫 개막 4연승을 한 것보다 “선수들이 어느 한 명 빼놓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 잘 해줬다”며 기뻐했다. 출전 순서나 혹은 자신에게 얼마만큼 기회가 주어지는지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무엇보다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 궁극적으로 그리는 ‘강팀 LG’의 모습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것을 흐뭇해했다.

LG 양상문 감독(가운데). 사진제공|LG 트윈스 페이스북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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