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4HR’ SK 최정의 소망 “좀더 만끽했으면”

입력 2017-04-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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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정.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최정(30)은 지난해 데뷔 최다인 40홈런을 날리고 NC 테임즈(현 밀워키)와 함께 홈런왕에 올랐다. 그가 역대 홈런기록에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8일 문학 NC전에서 4홈런을 날리며 KBO리그 역대 3번째 한 경기 4홈런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최정은 홈런만으로 5타수 4안타 6타점을 기록하며 팀 역사상 개막 후 최다인 6연패에 빠져있던 팀을 구해냈다. 또한 SK 박경완 배터리코치(당시 현대·2000년 5월19일 대전 한화전), 미네소타 박병호(당시 넥센·2014년 9월4일 목동 NC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한 경기에 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일본과 미국에서 지도자생활을 한 트레이 힐만 감독도 “한 경기 4홈런은 물론, 3홈런도 보지 못했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앞서 대기록의 주인공이었던 박 코치는 “너 덕분에 내 이름이 한 번 더 나온다”며 농담을 건넸다.

당사자인 최정 역시 9일 경기를 앞두고 “이상하고, 신기한 하루였다. 한 경기에 홈런 3개도 처음인데 마지막 타석에는 혼자 속으로 ‘미쳤다’ 싶었다.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 마지막 타석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영광스러운 대기록이었지만, 그에겐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좋은 기분을 더 오랜 시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정은 “사실 어제(8일)가 일요일이었으면, 오늘 월요일이라 좋은 기분을 더 느낄 수도 있었다. 시즌 막판이면 더 만끽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최정은 9일 상대 선발인 NC 이재학에게 통산 26타수 1안타로 처참한 기록을 갖고 있었다. 전날 대기록을 세웠지만, 당장 좋은 흐름이 뚝 끊길까봐 훈련 때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SK 최정(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


그는 “훈련 때는 일부러 어제의 느낌을 빨리 잊으려고 했다. 거기에 빠져있으면 안되니까 다시 내려놓으려 했다. 잘 맞았다가 다음날 훈련 때 조금만 빗맞아도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최정이 한 경기 4홈런의 대기록에 기분이 좋았던 건 ‘변화’를 시도하자마자, 그 효과가 4홈런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날 그의 홈런 타구는 모두 배트 중심에 제대로 걸렸고, 좌측 담장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최정은 “타석에서 공을 좀더 오래 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점점 타석에서 불편하고, 스윙을 돌리기 버거운 느낌을 받아왔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면서 “이제 변화를 주는 과정이다. 어젠 처음 변화를 줬는데 결과가 좋았다. 최대한 타석에서 편하게 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초반부터 몰아치기 능력을 보이는 등 홈런 페이스가 남다르다. 그러나 그는 “작년처럼 타이틀은 생각하지 않는다. 숫자가 다가오니 40홈런은 해보고 싶었지만, 수치를 생각하고 야구해선 안 된다. 난 수치적인 목표는 시즌 끝날 때쯤 잡는다”며 웃었다.

홈런 부문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온 새 외국인타자 등 경쟁자들이 많다. 최정은 “무섭지 않은 외국인타자는 없다. 3루에서 수비를 해보면 안다. 힘 있는 타자들은 타구 질이 다르다. 정말 무섭다”며 혀를 내둘렀다.

홈런보다 목표는 ‘꾸준함’이다. 그는 “올해는 아프지 않고, 꾸준했으면 좋겠다. 매년 안 좋은 시기가 있는데 그때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 올해는 그걸 줄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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