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S존’의 마법·신데렐라투수 탄생

입력 2017-04-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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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원중-kt 정대현(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롯데 자이언츠

샤를 페로(1628~1703)가 프랑스 민담을 엮은 ‘신데렐라’의 주인공 신데렐라는 누추하고 비루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성실하고 훌륭한 인품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의 지팡이를 만나 순식간에 아름다운 공주가 됐다. 동화 속 이야기지만 ‘마법의 지팡이’는 종종 현실에서 우리를 마주한다. 2017시즌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 확대’라는 마법 지팡이가 신데렐라 같은 깜짝 스타 투수를 만들고 있다.

현역 시절 ‘두뇌피칭’으로 유명했던 양상문 LG 감독은 “올 시즌 새로운 투수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따라 지난해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투수들이 빼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투수가 롯데 김원중이다”며 “지난해에도 공은 좋았다. 단, 하이 패스트볼이 볼로 판정되면서 카운트가 몰렸다. 그러나 올해는 스트라이크로 판정이 되면서 타자 입장에서 매우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고 말했다.

kt 좌완 투수 정대현은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인 대표적인 기교파 투수다. 지난해까지 통산 297.1이닝 동안 방어율 6.54를 기록했고, 볼넷이 173개였다. 그러나 올 시즌 13.8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 중이다. 리그 최고의 제구력을 가진 투수 중 한명인 삼성 윤성환은 낙차 큰 커브를 위 아래로 활용하며 2경기에서 방어율 1.92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는 4.35였다.

지난 시즌 KBO리그는 역대 두 번째로 전체 투수들이 5점대(5.17)방어율을 기록했다. 3점대 이하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는 단 7명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11일까지 무려 26명이 3점대 이하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리그에서 24명의 투수가 9이닝 평균 3개 이하의 볼넷을 기록 중이라는 점이다. 경기시간이 짧아지고 긴장감 넘치는 투수전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데이터로도 입증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양상문 감독은 “타자 입장에서도 이제 기다리면 스탠딩 삼진이다. 존에 들어오는 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삼진이 늘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이 6대4 이상이면 정상급 투수인데, 최근 리그 선발투수들 상당수가 그 이상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며 “리그 판도 전체의 새로운 변수다. 투수들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팀들에서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함께 새로운 정상급 투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순위싸움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KBO리그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참패 이후 스트라이크존이 축소돼 타고투저 시대가 열렸다. 올 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바깥쪽으로 공 반개, 위쪽으로 한 개 이상 존이 확대됐다. 몸쪽은 메이저리그보다 더 넓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이민호 심판위원은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판정을 하는 심판으로 꼽히는데 11일 몸쪽 스트라이크 판정에 삼진을 당한 NC 재비어 스크럭스는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으로 한참 동안 아쉬움을 표현했다. 스크럭스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마이애미에서 뛰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앞으로 KBO리그 전체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인 스카우트와 외국인 투수 영입 모두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타자들의 경우 전력분석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는 투고타저 속 타자들의 홈런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KBO리그도 같은 흐름이다. 팀당 9경기를 치른 같은 시점에서 비교하면 지난해 리그 홈런 수는 67개였다. 투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올 시즌에는 총 76개로 홈런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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