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김과장’ 남상미 “남궁민X이준호 사이에서 살아남았어요”

입력 2017-04-14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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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김과장’ 남상미 “남궁민X이준호 사이에서 살아남았어요”

로맨스 대신 브로맨스가 부각된 작품에서 여자주인공의 위치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KBS2 드라마 ‘김과장’ 흥행 요인 중 하나는 억지로 끼워 맞추는 뻔한 로맨스를 지양했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여주인공인 배우 남상미는 섭섭하지 않았을까? 남상미는 “살아남았다”고 답했다.

“저는 ‘김과장’이 주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하나의 역할을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죠. 감독님이 윤하경 캐릭터는 쌀밥 같은 존재라고 하셨어요. 맛있는 반찬들이 많은데 밥과 꼭 같이 먹어야한다는 의미죠. 기본,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이요. 저는 윤하경을 연기하면서 잘 스며들어야 했습니다. 내가 튀어야지 보다는 잘 받아주고 안아줘야지~ 라는 느낌이요.”

애드리브 홍수 속에서도 남상미는 버텨내야했다. 그는 “날아가려는 풍선들을 잡고 있는 느낌이었다”며 “애드리브, 코믹적인 부분을 나까지 해버리면... 하하”라고 말했다.

“저는 그들의 애드리브에 반응을 하는 정도였죠. 보듬고 빛나게 할 수 있는 리액션을 많이 했어요. 결혼, 출산 후 복귀 작으로 ‘김과장’을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도 위로,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었죠. 메인 남자 주인공 위주의 그림이었지만 저는 전혀! 멜로 없이 직장을 작은 사회로 보고 그 안에 있는 인간관계 중심으로 풀어가주길 바랐어요.”

단아한 여성의 표본이기도 한 남상미는 윤하경을 통해 걸크러시 매력을 보여줬다. 실제 남상미는 윤하경보다 몇 배 더 씩씩하다.

“윤하경이 저와 실제 성격이 가장 비슷한 캐릭터예요. 저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꾸밈없이 말하는 편이죠. 시원시원하게 살고 있습니다. 여성스러운 느낌은 여배우에게 정말 중요한 매력인 거 같아요. 그런데 저를 그 안에 가둬두고 싶진 않더라고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 힘들어지잖아요.”


그는 스무 살 때부터 매체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악역에 대한 로망을 보여줬다. 하지만 “못된 역할을 15년째 못하고 있다”며 “그런 캐릭터로는 아예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 역할이요. 여자 조태오 같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남자 배우들이 하는 역할이 탐날 때가 많더라고요. 드라마에선 연민정(이유리), 미실(고현정). 악역으로 대상을 받으신 두 배우들은 정말 짱! (웃음) 제가 해결해야할 숙제인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못된 역할을 해도 시청자들은 ‘반전이 있겠지. 착하겠지’라고 의심하면서 보실 거 같거든요. 역할 비중 이런 걸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남상미가 저런 역할도 하는 구나’ ‘저렇게 짧은 역할도 맡는구나’ 제 이미지를 지워가고 싶습니다.”
가정을 꾸린 이후에는 조금 더 자신을 내려놓게 됐다. 걸크러시 정도가 더욱 강력해진 셈이다. 그는 “결혼, 출산을 하면서 연기가 이전보다 안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엄마 남상미와 배우 남상미 사이에 있는 틈을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연기 어렵게 잘 해내야지’라고 스트레스를 받았고 매 장면 힘을 주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2년 6개월 정도 공백기가 있었죠. 아내, 엄마의 남상미 역할을 소화하다보니 연기에 대한 갈증이 오더라고요. 제가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데 결혼 전에는 서울에서 갇힌 생활을 했다면 결혼 후에는 자연을 보면서 조금은 개방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에너지를 얻었고 ‘김과장’ 윤하경을 통해 조금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뭐든 두렵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웃음)”

도전할 용기를 얻은 남상미는 tvN ‘집밥백선생’을 통해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데뷔 후 처음이다. 그는 “예능 울렁증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바꾸려고 일부러 출연한 건 아니에요. 생존의 문제였죠. 시부모님과 살다가 분가를 하니까 집밥을 제가 해야 하더라고요.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때마침 ‘집밥 백선생’ 섭외가 들어왔어요. 너무 좋은 기회였죠. 제작진이 요리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거든요. 먹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요리를 완성하면 뿌듯해요. 백선생의 맛간장도 뚝딱뚝딱 잘 만들죠. 이제는 청심환을 먹지 않고도 예능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남상미는 보통의 워킹맘처럼 일과 육아를 병행할 예정이다.

“인연 있는 작품은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제가 하고 싶다면서 매달려도 안 되고... ‘김과장’ 이후 차기작도 딱 저와 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당분간은 많은 분들에게 윤하경의 여운을 지울 수 있는 시간은 드리고 저도 스스로를 조금 비워야할 거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기운을 얻어서 또 연기를 하죠. 둘째 계획이 있긴 해요. 저는 원래 네 명을 낳을 생각이었는데 한 명을 낳고 보니 가족들 모두가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웃음)”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제이알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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