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시사회, 다시 생각한다①] 이선균, 아들과 영화를 보다

입력 2017-04-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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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사진제공|영화사람

■ ‘임금님의 사건수첩’, VIP 시사회 없다

함께 땀흘린 스태프 등 초청 ‘가족시사회’
외형 중시한 ‘VIP 시사회’ 홍보효과 의문

26일 개봉하는 이선균·안재홍 주연 ‘임금님의 사건수첩’ 측은 그 흔한 VIP 시사회를 열지 않는다. 제작진은 대신 영화 언론시사회 직후인 17일 오후 8시 조용하게 ‘가족시사회’를 열었다. 배우와 모든 스태프 그리고 그 가족을 초청해 피땀의 성과를 함께 나눴다. 당연히 스타들을 위한 화려한 레드카펫이나 포토월도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스태프와 배우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은 가족들을 위한 포토월을 설치해 추억을 선사했다. 이날 주연배우 이선균은 아내 전혜진, 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고, 경력 20여년의 심현섭 의상감독 역시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자신의 영화에 나들이하는 등 흐뭇한 풍경을 연출했다. 제작사 영화사 람과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배우와 그들의 소속사까지 전부 ‘같은 뜻’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이 같은 소식은 간만의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VIP 시사회는 한국영화 개봉의 의례로 통한다. 앞서 ‘흔하다’는 표현을 쓴 것도 그 때문이다. 또 한 편으로는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개봉작이라면 빠짐없이 진행하는 VIP 시사회는 개봉을 3∼4일 앞두고 대규모 상영관에서 주로 진행된다. 초대받은 스타와 유명인이 레드카펫을 밟은 뒤 영화 사진과 제목이 새겨진 대형 포토월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은 VIP 시사회를 대표하는 장면. 이들의 사진이 담긴 온라인 뉴스가 곧장 포털사이트에 전송된다. 주연배우가 속한 기획사의 연예인이 ‘총출동’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대작의 경우 VIP 시사회 참석자가 무려 2000여명을 넘길 때도 있다. 각 배급사가 극장가 성수기에 내놓는 블록버스터는 대개 서울 메가박스코엑스, CGV왕십리, 잠실 롯데시네마월드타워 등 대형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진행한다. 대관료는 물론 극장 주변을 영화 포스터와 특별무대로 꾸미는 비용은 물론 경호 등에 드는 액수가 상당하다. 그 자체로 물량공세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방식과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잇따르고 있다. 규모나 화려한 스타 초대에만 집중한 탓에 정작 영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는 물론 조단역 배우와 그 가족은 소외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작품을 알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고민도 더해졌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제작 관계자는 17일 “VIP시사회가 중요하지만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누구보다 노력한 스태프와 가족들을 먼저 챙기자는 데 공감대를 나눴다”고 말했다.

VIP시사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됐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은 물론 다큐멘터리, 저예산영화도 VIP 시사회를 연다. 홍보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지나치게 외형만 중시하면서 정작 내실은 없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한 관계자는 “기대만큼 영화를 알리는 효과가 있는지, 정작 초대해야 할 중요한 스태프가 소외되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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