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소민 “사춘기 때 멀어진 父女 사이, 작품 덕분에 가까워져”

입력 2017-04-20 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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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사는 딸들에게는 아버지와 서먹해지는 시기가 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 시절이나 혹은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그렇게 입장 차가 생기면서 점점 대화도 사라지고 말수도 적어진다. 영화 ‘아빠는 딸’은 그런 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치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보는 관객뿐 아니라 연기를 한 배우에게도 말이다. 정소민 역시 이 작품 덕분에 사이가 멀어졌던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되는 것 같았어요. 사춘기가 되면 다들 부모님과 많이 부딪히기도 하잖아요. 저는 아버지께서 엄격하셔서 사이가 좀 멀어지는 것 같았어요. 특히 제가 고등학교 때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정말 심하셨거든요. 그 땐 정말 아버지가 제가 말도 안 하셨어요. 자연스레 아버지랑 사이가 좀 안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그는 ‘아빠는 딸’을 찍게 됐다. 이 촬영을 하면서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마음을 많이 알게 됐고 사이를 좁혀 보려 노력을 했다고. 정소민은 “제가 감기가 심하게 걸린 날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가신다고 하더라”며 “아버지가 뭔가 혼자 하러 가신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영화관에서 영화 보시는 것을 안 좋아하시거든요. 아버지는 ‘뭐 영화만 보다 오는 데 혼자 보면 어때’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셨는데 전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같이 갔죠. 내색은 안 하셨는데 속으론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팝콘 사서 영화관에 가는데 ‘딸, 우리 사진 하나 찍을까?’라며 카메라를 내미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일 같아요.”


영화 ‘아빠는 딸’은 아빠 ‘원상태’(윤제문)와 딸 ‘원도연’(정소민)이 어느 날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마음의 소리’가 먼저 방영이 됐지만 촬영은 ‘아빠는 딸’이 먼저였다. 코미디 장르인 이 작품은 정소민에게 도전이기도 했다.

“저는 코미디와 굉장히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게 타이밍을 갖고 노는 장르잖아요. 또 다른 장르에 비해 목표가 분명하고요. 웃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작품이니까요. 결국 찾은 방법은 상황 자체에 몰입을 하고 억지로 웃기지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어요.”

아빠가 딸의 몸으로 들어오는 설정이기 때문에 정소민은 40대 남성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차라리 어린 연기라면 경험한 적이 있는 터라 더 쉬웠을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성별도 다르고,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이 대를 연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제문 선배님의 행동을 잘 봐야 했어요. 그래서 출연하셨던 ‘고령화 가족’을 보며 참고를 많이 했어요. 또 리딩 작업을 할 때 선배님 말투도 귀담아 들었고 행동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내가 한 가정의 가장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어요. 아무리 제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해도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겠어요.”


이 영화를 위해 정소민은 기타 연주를 배우기도 했다. 노래도 불렀다. 게다가 팔자걸음도 연습했는데 촬영 후반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팔자걸음으로 걷게 돼 감독이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는 “기타를 오래 연습했다. 특히 노래를 잘 부르고 싶었다. 원래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라며 “팔자걸음이나 다리를 벌리는 것은 정말 아저씨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냥 평소대로 행동했다면 남성스러운 여고생으로만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욕설 연기도 했는데 저도 보면서 ‘내가 저렇게 세게 욕을 했나’ 싶더라고요. 욕설 연기는 김상호 선배님께 배웠어요. 차지게 잘 하시거든요. (웃음) 제 연기를 보고 누군가가 웃어주시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한국 영화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정소민은 어떤 학생이었을까. 그는 “남동생이 자잘한 사고를 많이 쳤다면, 나는 대형사고를 치는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무용을 했던 제가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했었거든요. 어머니께서는 찬성을 하셨는데 아버지가 심하게 반대를 하셨어요. 사실 그래서 아버지와의 사이가 멀어졌어요. 그 때는 진짜 말 한 마디도 안 했었거든요. 지금은 제가 배우가 된 걸 누구보다 좋아하시지만요.”

앞으로 정소민은 뭐든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캐릭터든지 다 해보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가 작품을 안 하고 있을 때 갈증이 더 커져서요. 현재 드라마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어요. 제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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