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다시 열린 ‘잠수함 전성시대’가 의미 있는 이유

입력 2017-05-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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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종훈-넥센 신재영-kt 고영표-KIA 임기영(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잠수함 투수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삼성 우규민, 넥센 신재영, kt 고영표, KIA 임기영, 넥센 한현희 등 언더핸드, 사이드암, 스리쿼터 유형으로 나뉘는 투수들이 시즌 초반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1980~1990년대만 해도 박정현(태평양) 한희민(빙그레) 이강철(해태) 김성길(삼성) 김진욱(OB) 등 잠수함 선발요원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잠수함에 강한 좌타자들이 늘어났고, 투구 특성상 도루허용을 쉽게 하자 변칙투구를 하는 투수들은 주로 중간계투나 마무리로 배치됐다. 그러나 최근 다시 잠수함 선발투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SK 박종훈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 태평양 잠수함 투수 박정현-SK 박종훈(오른쪽).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희소성 경쟁력+발전상이 만든 잠수함 전성시대

박종훈은 국내에서 가장 낮은 투구폼을 가진 언더핸드 투수다. 그는 올 시즌 유독 많아진 잠수함 선발요원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각 투수의 특성도 모두 꿰고 있다. “(고)영표는 팔을 좀 내리고 훨씬 좋아졌더라. (한)현희는 워낙 공도 빠르고 컨트롤이 좋아서 완벽하다. (임)기영이는 내가 본 잠수함 투수들 중에 가장 컨트롤이 좋다. 정말 정교하게 공을 던진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박종훈은 잠수함 투수의 장점으로 희소성을 꼽았다. 그는 “잘 없는 유형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긴다”며 “아래에서 위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볼과 스트라이크 구분이 어렵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타자와 승부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아직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변칙투구를 하는 투수들이 많지 않다. 잠수함 투수를 만나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는 “많은 잠수함 투수들이 용병과 맞붙을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잘 못 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SK 박종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릴리스포인트가 하나…컨트롤 잡기 어렵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잠수함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다. 그는 “잠수함 투수들은 대개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공을 빠르게 던지면 팔꿈치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직접 오른손으로 벽을 내리치는 시범을 보이면서 “위에서 아래로 하면 팔꿈치에 무리가 없지만 옆으로 치면 팔꿈치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다칠 위험이 커지지 않나. 한현희 같이 스피드가 빠른 잠수함 투수는 그야말로 타고났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속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프로 입단을 해도 코칭스태프의 눈에 띄기가 힘들다. 결국 정교한 제구력이 유일한 무기인데, 이 또한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박종훈은 “오버핸드 투수는 위에서 아래로 각을 형성해 던지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원바운드성으로 공을 던지기도 하지만 잠수함은 릴리스포인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오른손, 왼손타자에 상관없이 몸에 맞는 볼이 나온다”며 “제대로 된 공을 던지려면 릴리스포인트가 하나니까 제구력을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잠수함 전성시대가 의미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투구스타일로 성공시대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선전이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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