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권·컷탈락 연속…지독한 슬럼프 날린 ‘스물 한살의 투지’

입력 2017-05-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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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김시우의 인생 역전 드라마

고 2때 ‘PGA 최연소 합격’ 후 시련의 연속
웹닷컴서 새길 개척…작년 8월 PGA 첫승
올해 1월부터 잇단 부상…7개 대회 부진
치료 받으며 대회 강행…4개월만에 우뚝


아픔 없는 성장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고통을 견뎌낸 뒤에야 더 큰 성공을 이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정상에 오르기까지 김시우(22)는 2번의 큰 성장통을 이겨냈다.


● 최연소 PGA 합격 뒤 찾아온 시련

김시우는 안양 신성고 2학년 때인 2012년 국가대표를 반납하고 돌연 PGA 투어에 도전했다. 무모하다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오로지 꿈을 향해 험난한 길을 택했다. 부친 김두영(62) 씨와 함께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고, 지역예선을 시작으로 바늘구멍보다 더 좁다는 PGA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지역예선부터 1·2차 예선을 무난히 통과했다. 그리고 맞은 최종예선에서도 이변을 연출했다. 만 17세 5개월 6일의 나이로 PGA 합격증을 받아들었다.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그러나 탄탄대로가 펼쳐질 듯하던 김시우의 앞에 가시밭길이 찾아왔다. 만 18세부터 PGA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나이제한 규정이 가로막았다. 정식 PGA 투어 활동까지 약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2013년 8경기밖에 뛰지 못한 채 시드를 잃고 말았다.

시련은 계속됐다. 2014년 2부인 웹닷컴투어에서 새 길을 개척하기로 했다. 그러나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길은 험난했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굳게 마음먹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처참했다. 미국의 근사한 골프장에서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지는 PGA 투어와 달리 웹닷컴투어는 잔혹하기 짝이 없었다. 몇 주씩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등으로 이어지는 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면 몸무게가 7∼8kg씩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 자신감마저 잃어 컷 탈락이 반복됐다.

그러나 육체적 고통이 김시우의 근성을 꺾진 못했다. 한 계단씩 오르고 또 오른 그는 2년간 웹닷컴투어에서 고생한 끝에 2015년 7월 스톤브래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며 PGA 투어 재입성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투지와 근성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

김시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우승 후 슬럼프 떨쳐낸 쾌거

2016년 PGA 투어로 돌아온 김시우는 단단해져 있었다. 2013년 전 경기 컷 탈락이라는 수모는 더 이상 없었다. 기회를 엿보던 그는 지난해 8월 22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지필드골프장에서 열린 정규투어의 마지막 대회 윈덤챔피언십에서 기적을 일궜다. PGA 투어 데뷔 38경기 만에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2016∼2017시즌을 시작하면서 기대가 컸다. 윈덤챔피언십에서 고대했던 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한 터라 부담도 적었다. 출발도 좋았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클래식에서 공동 10위에 오르는 등 여세를 몰아갔다. 그러나 새해 들어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1월 하와이에서 열린 SBS토너먼트를 마친 뒤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새로 바꾼 드라이버에 대한 적응도 늦어지면서 난조가 시작됐다.

우승 후 찾아온 부진이었기에 더 큰 시련과 혼란에 빠졌다. 2번째 찾아온 성장통은 더 비참했다. 특히 1월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이후 3월 발스파챔피언십까지 7개 대회 동안 이어진 부진은 김시우를 다시 바닥으로 내몰았다. 2경기 기권, 5경기 컷 탈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거듭됐다.

김시우는 투지와 근성으로 이겨냈다. 부상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고, 샷 감각도 엉망이었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기간에도 줄곧 등과 허리 부위에 마사지를 받으며 경기에 나설 정도로 불편했다. 그런 상황에서 연속된 대회 출전은 무모한 행동처럼 보였다. 가족도 만류했다. ‘휴식과 재활, 그리고 훈련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자’며 뜯어말렸다. 그러나 오로지 자신이 선택한 방식을 고집했다. ‘무너질 때 무너지더라도 얻는 것이 있다면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더욱 굳건히 했다.

4개월이나 이어졌던 부진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단숨에 날려버렸다. 3주 전 발레로텍사스오픈부터 샷 감각을 되찾은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감이 좋았다. 그리고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다. 김시우는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내고 만들어낸 우승이라 더 기쁘다.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게다”며 기뻐했다.



● 김시우


▲생년월일=1995년 6월 28일(서울 출생)

▲키·몸무게=180cm·85kg

▲출신교=신성고∼연세대

▲소속=CJ오쇼핑

▲주요 경력=남자골프국가대표(2011년), PGA 투어 Q스쿨 통과(2012년 12월·역대 최연소), PGA 웹닷컴투어 스톤브래클래식 우승(2015년 7월·역대 최연소 2위), PGA 투어 윈덤챔피언십 우승(2016년 8월·한국선수 역대 최연소), PGA 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2017년 5월·역대 최연소)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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