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정권 교체 덕분?”…‘노무현입니다’ 둘러싼 오해와 진실

입력 2017-05-16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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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가 오해받고 있습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최낙용 프로듀서가 씁쓸하게 웃었다.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노무현입니다’ 기자간담회. 영화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생 일부분을 다룬 작품인 만큼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치 관련 질의응답이 수도 없이 오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정농단 사태부터 장미대선을 통해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까지 두루 언급됐다.

한껏 꼬아서 보면 ‘노무현입니다’의 개봉은 정치적으로 묘한 타이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5월 9일 대선이 앞당겨 치러지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다. 문재인 현 대통령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변호사 시절부터 참여정부 비서실장까지 함께했다. “정권이 바뀌니까 이런 영화가 나온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최낙용 프로듀서는 이같은 일각의 주장을 언급하고 반박했다. 그는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 그걸 안다면 그런 말을 쉽게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입니다’는 언제, 어떻게 기획됐을까. 그 시작점은 2016년 4월 13일 제20대 총선이다. 최 프로듀서는 “영구집권 이야기도 나올 때였다. 당시 ‘헬조선’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했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세상을 바꾸려 했던 정치인과 그의 마음을 보여주면 내 미안함이 가시지 않을까 싶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2016년 4월 제작을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2017년 현재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까지 오는 과정에서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그때마다 예상 못한 의인들이 나타나서 우리를 도와줬다.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이창재 감독도 “지난해 총선 때 제안을 받을 때만 해도 개봉관을 잡는 것도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안 되면 온라인에 뿌리고 잠수타자’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2002년에 시민들이 이뤘던 기적을 보여주면 ‘당신들이 잃었던 힘’을 되찾지 않을까 하는 낭만적인 시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무현입니다’ 제작진들은 혹시 모를 외압에 대비해.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영화 제작 프로젝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7’을 통해 만들어진 ‘노무현입니다’는 지난해 12월 라인업 발표 당시 ‘N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이창재 감독이 연출을 맡는 다큐멘터리며 2002년 국민참여경선과 시민혁명을 소재로 했다는 것만 알려졌다. 영화의 주인공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것은 베일에 가려졌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측은 올해 4월이 되어서야 ‘노무현입니다’를 공식 발표했다. 최 프로듀서는 “밝힐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리의 기우일 수도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제작할 수 없게 만드는 외부의 작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인터뷰와 영상 자료를 가지고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알려지면 접근할 수 없거나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영상이 있기에 제작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자료 확보를 완전히 확인한 후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개봉하게 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 시장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대선후보의 자리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생생하게 되짚는다. 5월 25일 개봉.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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