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과 반려견, 서열관계 아닌 신뢰관계

입력 2017-05-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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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반려견이 나를 깔보는 것 같아요, 복종 훈련이 필요한가요?”

무리를 이뤄 사냥하고 무리 속에서 새끼를 기르고 유희를 즐기는 늑대는 사회적 동물이다. 힘이 센 늑대가 우위에 서고 힘이 약한 늑대는 복종한다. 한정된 자원을 이용할 때 순서를 정하기 위해 힘에 의해 형성되는 우위와 복종관계다.

늑대는 개의 조상이다. 개는 늑대의 다양한 성질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를 이루는 것을 좋아한다. 개와 사람이 무리를 지어 산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함께 생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와 사람 사이에도 서열관계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

사람과 개의 사회에서 우위성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밥을 먹기 위해 사람과 개가 서로 다투는가? 좋은 잠자리나 이성을 위해 다퉈야 하는가?

아마 위 질문에 다들 ‘아니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본능에 의해 자신의 영역이나 먹을 것을 지키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개가 사람을 경쟁상대로 인식해야할 이유가 없다.

과거 미국수의동물행동학회에서도 사람과 개의 관계를 해석할 때 우위성이론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우위성이론으로 동물과 사람 관계를 해석해 교육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우위성이론으로 사람과 개의 관계를 해석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까?

사람과 개의 관계를 우위성으로 해석하게 되면 동물의 문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선 늘 사람이 우위에 있어야한다. 야생에서는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힘을 행사해야한다. 결국 우위성이론에 근거해 교육할 경우에는 반려견에게 물리적인 힘을 써서 서열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다. 초크체인을 사용하고 다양한 체벌을 통해 개를 제압하게 된다. 물리적이 아니더라도 말과 분위기를 통해 혼을 낸다.

물론 우위성이론 방법으로도 교육은 가능하나 이러한 강압적 교육은 개에게 매우 불쾌한 기억을 심어주게 돼 교육이라는 행위자체를 싫어하게 한다. 또 그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감이 공격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어떤 문제 행동을 보였다고 해서 벌칙을 가하는 방식으로 교정하면 일시적으로 공격성은 억압될지 몰라도 어떤 형태로든 더 큰 문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위성에 기초한 교육은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의 신뢰성을 깨뜨리고 개의 행복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려견과 반려인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다. 우위성이 아닌 신뢰관계로 해석해 그에 따른 교육을 해야 사람과 동물 모두 즐겁고 행복한 삶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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