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FT아일랜드의 뻔뻔한 시대착오 ‘WIND’

입력 2017-06-09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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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아일랜드,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구닥다리에 시대착오적이다. 그런데 그래서 더 재미있고 정이 간다.

FT아일랜드가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OVER 10 YEARS'(오버 텐 이어스)의 타이틀곡 'WIND'(윈드)는 정말로 2017년에 나온 음악이 맞는지 의문이 들정도로 '옛날 스타일' 음악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제는 락밴드들도 점점 미디 사운드와 전자음이 필수화 되어가고 있는 판국에, FT아일랜드는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아 대규모 스트링 세션을 집어넣는 등 그야말로 '쌍팔년도' 스타일로 'WIND'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WIND'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곡이다.

요즘은 아무도 하지 않기때문에 오히려 더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으며, 또 그걸 부른 밴드가 FT아일랜드라는 점은 더욱 더 흥미를 자아낸다.

FT아일랜드가 어떤 밴드인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아이돌 밴드라고 손가락질 받고 무시를 당하던 바로 그 밴드이다. 하지만 FT아일랜드는 '트렌디'로 점철된 최근 밴드들보다 더 '락밴드' 같은 'WIND'를 자신들의 10주년을 기념하는 곡으로 선보이며 기분 좋은 뒤통수를 날리고 있다.

FT아일랜드, 사진=‘WIND’ 뮤직비디오 갈무리


심지어 'WIND'를 통해 보여준 FT아일랜드의 애티튜드는 마치 제 옷을 입은 것 처럼 잘 어울리기까지 하다.

대놓고 회사에 불만을 표출하고, 어딘가 통제되지 않고 제멋대로 하고 다니는 악동 이미지의 이홍기가 진지한 표정과 허세 넘치는 포즈를 잡으며 노래를 하는 모습은 마치 액슬 로즈의 젊은 시절을 떠올릴 지경이다. -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못믿겠다면 'WIND' 뮤직비디오를 보길 바란다 -

아쉬운 점도 있다. 8~90년대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메탈 밴드들의 그것과 비교할 때 다소 비중이 약한 기타 솔로나, 날카로운 고음이라고 표현과는 거리가 있는 이홍기의 보컬 등은 'WIND'를 흔히 말하는 '메탈 발라드'라고 부르기에는 위화감이 있다. - 사족으로 스키니한 가죽바지와 치렁치렁한 장발이 아닌 점도 아쉽다 -

하지만 이는 사소한 부분이다. 'WIND'가 들려주는 드라마틱한 구성과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때려넣은 듯한 화려한 스트링 세션, 느닷없이 금발의 서양 여성이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과장된 동작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치는 최종훈, 절정 부분에서 당연하다는듯 무대 앞으로 나와 기타와 베이스를 쳐대는 송승현과 이재진, 그리고 악동 이미지는 싹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지르는 이홍기의 보컬은 '8말9초'의 밴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음악을 뻔뻔하게도 'OVER 10 YEARS'라는 앨범의 타이틀로 내세운 게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로든 FT아일랜드라는 밴드에게 새삼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게 목적이었다면 그것은 충분히 성공적이고, 새로운 10년을 여는 신의 한 수가 될 듯하다.

FT아일랜드, 사진=동아닷컴DB


다만, 요즘 리스너에겐 '먹힐만한 포인트'가 그리 많지 않은 'WIND'인 만큼 성적적인 측면에서는 차트아웃의 위기를 넘나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FT아일랜드라면 아마도 '그따위 음원 성적은 안중에도 없다'라고 말할 것같아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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