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도약의 신호탄! 퓨처스리그 사이클링히트의 힘

입력 2017-06-1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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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1루 두산 정진호가 투런홈런을 때리고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정진호는 KBO 23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큰 힘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힘은 되지 않았을까요?

7일 두산 정진호(29)가 달성한 사이클링히트는 ‘만년 유망주’의 설움을 날리는 진기록으로 화제를 모았다. 프로 입단 7년이 지났지만, 많은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지 못했던 정진호는 KBO리그 역대 23번째 그리고 역사상 최초의 5회 사이클링히트라는 진기록을 작성하며 주전 도약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이러한 사례가 1군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려한 봄날을 꿈꾸는 퓨처스리그에서도 사이클링히트가 지니는 힘은 상당하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선 많은 타자 유망주들이 사이클링히트의 기운을 발판삼아 1군 무대로 올라섰다.


● 군복무+사이클링히트=1군 도약

현재까지 퓨처스리그에서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선수는 모두 25명이다. 이동우(당시 LG)가 1995년 6월6일 구리 한화전에서 첫 번째 주인공이 된 이후로 2002년 손인호(당시 상무), 2003년 안치용, 2007년 추승우(이상 당시 LG)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손인호와 안치용, 추승우 등을 제외하면 1군에서 이렇다할 족적을 남긴 타자는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기류는 2010년대 들어 급격히 바뀌었다. 시작은 문선재(27·LG)였다. 문선재는 데뷔 2년차이던 2010년 4월16일 송도 SK전에서 대기록을 완성해냈다. 당시 나이(19세 10개월 27일)는 현재까지도 1군과 2군을 통틀어 최연소로 남아있다. 이후 문선재는 국군체육부대(상무)를 거쳐 LG 내·외야를 넘나드는 주요자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0년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고 KBO로부터 기념패를 받은 문선재(오른쪽). 사진제공|LG 트윈스


사이클링효과를 톡톡히 본 팀은 두산이다. 현재 내·외야 주축을 이루는 김재환(29)과 최주환(29) 그리고 민병헌(30)이 모두 주전 도약을 앞두고 사이클링히트를 경험한 공통분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첫 주자는 김재환이었다. 김재환은 상무 시절이던 2010년 5월7일 벽제 경찰청전에서 대기록을 달성한 뒤 2달 후인 7월27일 송도 SK전에서 다시 한 번 주인공이 되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재환은 “벌써 7년 전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웃으면서도 “나 같은 경우는 한 시즌에 두 차례나 진기록을 세워 축하도 많이 받았다. 비록 2군 무대에서 달성한 기록이지만, 힘든 시기를 견디는 작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각각 상무와 경찰청에 복무했던 최주환과 민병헌 역시 군인머리를 한 채 짜릿한 손맛을 경험했다. 최주환은 2011년 9월10일 송도구장에서 열린 SK와 더블헤더 제2경기에서, 민병헌은 2012년 5월24일 벽제 SK전에서 김재환의 뒤를 이었다. 당시 이들의 나이는 각기 21살과 23살, 25살. 하나같이 어렸을 뿐만 아니라 셋 모두 군복무 중에 손맛을 봤다는 공통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즉, 앞길이 불확실하던 젊은 날의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주전야수로 성장하는 작은 밑거름이 된 셈이다.

KBO리그 후발주자인 kt와 NC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보고 있다. 내·외야 주전경쟁에 한창인 kt 김사연(29)과 지난해 상무 전역 후 올 시즌 맹타를 휘두르는 NC 권희동(27)이 주인공. 김사연은 2014년 4월1일 벽제 경찰청전에서, 권희동은 지난해 5월4일 익산 kt전에서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바 있다.

지난해 상무 시절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고 KBO로부터 상패를 받은 권희동(왼쪽). 사진제공|국군체육부대


지난해 무려 3명의 2군 타자들이 사이클링히트를 작성하며 퓨처스리그를 달궜지만, 올 시즌엔 아직까지 낭보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과연 누가 써내려갈까.


▲ 2010년 이후 퓨처스리그 사이클링히트 달성자 명단

순번-이름(당시 소속)-일자-상대(구장) 순서

1. 문선재(LG) 2010.04.16 SK(송도)
2. 김재환(상무) 2010.05.07 경찰(벽제)
3. 김재환(상무) 2010.07.27 SK(송도)
4. 이경록(삼성) 2011.06.02 LG(경산)
5. 최주환(상무) 2011.09.10 SK(송도)
6. 민병헌(경찰) 2012.05.24 SK(벽제)
7. 문선엽(경찰) 2013.06.06 LG(구리)
8. 김사연(kt) 2014.04.01 경찰(벽제)
9. 문선엽(삼성) 2015.06.07 LG(이천)
10. 권희동(상무) 2016.05.04 kt(익산)
11. 양원혁(경찰) 2016.05.27 한화(서산)
12. 임병욱(화성) 2016.08.07 kt(익산)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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